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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조를 만드냐고요?” 코웨이USA 노동자들의 대답은…

등록 2023-10-11 18:49수정 2023-10-12 02:40

코웨이유에스에이(USA) 노조준비위원회 활동가들이 지난해 10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이비드 고 제공
코웨이유에스에이(USA) 노조준비위원회 활동가들이 지난해 10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이비드 고 제공

[왜냐면] 황상호 | 재미 언론인

10.8%. 지난해 미국의 노조 조직률이다. 2021년 한국은 14%를 기록했다. 최근 스타벅스(2021년 10월)와 아마존(지난해 4월)에서 노조가 결성돼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사상 최저의 노조 조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1980년대 노조 조직률은 20%대였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의 인종별 노조 조직률을 보면, 흑인 12.8%, 백인 11.2%, 남미계 10%, 아시아계 9.2%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11.6%, 여성 11%였다.

한국보다 저조하고, 인종으로 불리하며, 성으로도 취약한 곳에서 노조 설립이 진행 중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집회나 시위에 참석해본 적 없던 한인 여성 이민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코웨이 미국법인인 ‘코웨이유에스에이(USA)’를 상대로 노조를 만들고 있다. 남부 지역에서는 현재 150여명이 노조 설립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공원에서 코웨이 서부지역 노조준비위원회 활동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형 승합차를 끌고 약속 장소에 속속 도착했다. 인터뷰 장소는 고층 아파트동과 2층 주택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우체부도 종종 길을 잃는 곳이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모두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짧은 커트 머리를 한 박은애씨는 “우리가 길 찾는 데는 도가 튼 사람들이에요”라며 웃었다.

코디가 차량·창고 임대료까지 부담

노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팀은 코웨이유에스에이 서부지역 ‘코디·코닥팀’이다. 여성 직원을 칭하는 ‘코웨이 레이디'를 줄여 ‘코디', 남성 직원을 부르는 ‘코웨이 닥터'를 줄여 ‘코닥’이라고 말한다. 코디·코닥들은 소비자 집을 방문해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 이른바 생활·환경 가전제품의 필터를 교환하는 일을 한다. 이 팀의 90%가 한인 이민자 여성이다.

코웨이는 2007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사용자에게 제품을 빌려주고 대여비를 받는 렌털 서비스를 한다. 서부 지역 직원 수는 대략 200~300명으로 추산된다.

코디의 일은 퇴근해도 끝나지 않는다. 하루 평균 7~10곳의 소비자 집을 방문하고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온 뒤 물품 정리부터 해야 한다. 다음날 사용해야 할 필터와 장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급하는 필터만 20종 이상이다. 무거운 필터는 무게가 9㎏에 달한다. 2년 차 코디인 미미 디보어씨는 “밤에 기기에서 물이 샌다고 전화가 오면 바로 손님 집으로 달려가야 해요. 조직 내 수리팀이 따로 있지만 우리가 가서 빨리 처리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코디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9인승 이상 밴을 주로 타고 다닌다. 차에 장비나 부자재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는 회사 차량이 아닌 개인 차량이다. 차량 유지비나 타이어 펑크, 차량 물품 도난 등 비용을 코디가 부담해야 한다. 9년 차 코디 오선영씨는 “나는 차를 장기 임대해서 타고 다녀요. 이번에 2년 타고 반납하려고 했는데, 규정 거리가 초과해 수천 달러(수백만 원)를 더 달라는 거예요. 나는 여행도 안 가고 거의 일하는 데만 이 차를 쓰는데 말이에요”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코디는 부자재 보관을 위해 사비를 써 창고를 임대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는 왜 미국에서 코디가 됐나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였던 박은애씨는 2006년 개척교회를 하는 목사 남편을 따라 아이 3명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라팔마로 이민했다. 박씨가 사실상 경제적 가장이었다. 그녀는 “식당 종업원과 마트 판매원 등 투잡, 쓰리잡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 박씨는 집에 정수기 필터를 교환하러 온 코디의 추천으로 2013년 말 이 일을 시작했다. 근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가족을 돌볼 수 있었다.

박씨는 “타국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일하니 정말 좋았죠. 열심히 일하면 회사에서 상도 주고요. 애사심이 강했어요. 제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오선영씨는 고등학생들의 과외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싱글맘이 되고 과외라는 수입이 불안정한 직업으로는 자녀 2명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주택 임대료를 내야 할 때면, 이사 갈 각오를 해야 했다. 오씨도 집에 정수기 필터를 교환하러 온 코디의 추천으로 일을 시작했다.

오씨는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일하면서 아주 좋아졌어요. 좋은 손님이 많았어요. 일하다가 손목이 삐끗하면 파스를 붙여주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점심 밥상까지 차려 줬어요. 인간적인 냄새가 났죠”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코디는 전직 간호사나 피아니스트, 학교 선생님, 사업가 등 다양하다. 싱글맘도 상당수다.

회사, 고용법 준수 부담 직원에 전가

직원 불만이 처음 집단으로 표출된 것은 2015년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가 고용법 준수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 기업들이 뒤늦게 독립계약자를 파트타임 정직원으로 전환했다. 직원 보험료와 사회보장세 등 비용 부담이 더 늘었던 코웨이유에스에이는 코디의 시간당 임금을 20달러(2만6476원)에서 13.5달러(1만7871원)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성과급도 없앴다. 대신 보험료와 주유비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고 맞섰다. 그해 5월 코디들은 일주일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첫 집단행동을 했다. 그 결과, 회사는 시급을 13.5달러에서 16달러(2만1181원)로 올렸다. 서비스 지역도 거주지 주변으로 변경하는 등 근무 환경 일부를 개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근무 환경이 서서히 악화했다. 2020년 4월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직원은 일을 쉬고 실업 급여를 받았다. 남은 직원이 나머지 일을 다 감당해야 했다. 회사가 내린 조치는 목표치 80% 이상을 달성하면, 1건당 10달러(1만3397원)를 추가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위험한 상황에서 10달러를 더 준다며 업무 강도를 높이는 회사의 조치에 자괴감이 들었죠”라고 털어놓았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20년 미국에서 30만명 가까운 초과 사망자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년 만에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 회사는 1년차 미만(기존 16.5달러), 2년차 미만(기존 17.5달러), 2년차 이상(기존 18.5달러)의 시급을 19달러로 균일하게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은 1년차 미만 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하고, 연차에 따라 상향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기준 캘리포니아 최저 시급(26인 이상 사업자)은 15달러였다.

코디는 미납금 추심까지…회사는 초고속 성장

코웨이유에스에이는 코디에게 임대료 미납금까지 수금하도록 했다. 팬데믹 이후, 미납 건수가 늘어나자 코디의 업무 스트레스도 상승했다. 코디는 배정받은 소비자의 미납금이 많으면, 낮은 평가를 받아 회사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코웨이는 연체료의 20%를 코디에게 주는 방식으로 코디에게 미납금 수령 업무를 밀어 넣었다.

디보어씨는 “한 번은 미납금이 많다고 팀장이 단체 카톡방에서 저를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거예요. 사실 미납금 처리를 하는 팀이 따로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아니에요. 매번 얼굴 보는 손님에게 어떻게 추심을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앵벌이가 아니잖아요”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소비자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을 할 때면, 직원에게 주던 수당마저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가령, 신규 주문을 받아 그달 직원이 받아야 할 커미션이 100달러였다면, 소비자 프로모션이 있는 달에는 그 커미션을 깎았어요”라고 말했다.

그 사이, 코웨이 미주법인은 매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간 상대 평가로 경쟁시켰다. 지난해 8월 뉴데일리경제는 ‘미국서 대박 낸 코웨이, 영업이익 845% 증가 비결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코웨이가 미국법인의 실적 때문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보면, 미국법인은 지난해 2분기 매출액 530억원과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2분기 대비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845% 성장한 수치다.

일하다 다쳐도 직원 상해보험 신청 못해

코디들은 일하다 다쳐도 직원 상해보험을 신청하지 못한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소비자 집을 찾아가다 개에게 물렸다. 아파트 단지 주민에게 길을 묻고 있는데, 그 주민이 붙잡고 있던 개가 달려들어 박씨의 오른쪽 정강이를 문 것이다. 개의 이빨이 바지를 뚫고 들어가면서, 다리에 피가 흘러 내렸다. 박씨는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더라고요. 그래도 예약 잡힌 손님들에게 먼저 양해 전화를 드렸죠”라고 말했다. 회사는 직원 상해보험이 아닌 개인보험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박씨는 “회사에서는 개인 보험으로 처리하고 난 뒤 치료비는 환불해 주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치료비가 200달러(26만5795원) 정도 나오니까 ‘왜 이렇게 치료비가 많이 나왔냐’고 되묻더라고요”라고 말했다.

3년차 코디인 김난희씨도 지난 3월 필터 교환 작업을 하다 공기청정기가 왼쪽 발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때도 회사는 개인보험으로 치료하라고 했다.

지난 1월 첫 노조 결성⋯하지만 취소 판결

직원들은 낮은 임금 인상에 가혹한 성과 경쟁, 부당한 근무 환경에 불만이 누적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모여 회사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감사 편지와 1인당 20달러(2만6000원)짜리 스타벅스 카드였다. 사쪽은 ‘감성 터치’를 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5월 코디들은 노조를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동법 변호사 사무실 수십 곳에 전화했다.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도 문의하고 방문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비영리단체인 한인타운노동연대(KIWA)의 도움으로 노조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투표와 노사 양측의 이의제기, 재투표 끝에 지난 1월 노조가 설립됐다.

하지만 코웨이유에스에이쪽이 노조 설립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절차적 오류를 발견했다. 투표 전, 노조쪽이 외부의 지지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노동자 친화적인 마리아 엘레나 두라조 주상원의원의 지지를 구두로 받았는데, 이를 정식으로 지지받은 것처럼 유권자에게 알렸다는 것이었다. 두라조 의원실은 뒤늦게 지지 편지를 보냈지만, 노조 결성을 위한 개표가 이미 진행된 뒤였다. 법원은 지난 9월 노조 쪽이 이를 통해 이득을 봤다고 판단하고 노조 설립을 기각했다.

노조 설립 재도전 “누군가는 혜택 받겠죠”

코웨이유에스에이 서부지역 노조준비위원회는 오는 10월 노조 설립을 위한 재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디보어씨는 “처음에는 회사가 ‘아줌마들이 얼마나 가겠어’ ‘일주일이면 다 흩어져’라고 했어요. 여성이고 영어도 못 하니 ‘이 일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왜 노조를 만들려고 하느냐고요? 내가 혜택을 못 받아도 누군가가 혜택을 받겠죠. 그게 내 딸일 수도, 아들일 수도 있잖아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씨는 “저는 애사심이 강해요. 개에게 물려 다리를 다쳐도 서비스 가방을 들면 힘이 딱 나요. 누가 보지 않아도 코웨이이기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하려고 하죠. 회사가 우리에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해요”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코웨이유에스에이는 누리집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한다는 ‘착한 믿음’을 경영철학으로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새로운 제안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소통이 유연하다. 기업의 성장과 직원의 발전을 동일시하고, 창의적 사고를 권장한다”고 공표하고 있다.

코웨이유에스에이에 여러 차례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을 요구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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