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2일 오후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고물가 속에 대학가 원룸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하숙집과 기숙사 등 조금이라도 저렴한 거주 시설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정은수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제주도가 본가인 나는 서울권 대학에 진학했다. 당연하게 붙을 줄 알았던 기숙사는 나에게 불합격을 통보했고 나는 잘 곳이 필요했다. 6시간 동안 대학 주변을 계속 걸어 운 좋게 아늑한 방 하나를 구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5만 원, 월 관리비는 약 15만 원이었다. 그 집은 학교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떨어진 곳이었기에 한 달 교통비도 약 10만 원이 들어간다. 의식주 가운데 ‘주’만 해결하는데 매달 80만 원이 필요하다. 하루 2끼 모두 학생식당에서 해결해도 하루 1만 원, 한 달 30만 원이다. 아직 ‘의’는 계산하지도 못했는데 ‘식’과 ‘주’로만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경북 출신의 한 동기도 기숙사 문턱을 넘지 못해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60만 원, 관리비 약 10만 원에 자취하고 있었다. 학교 근처라 교통비는 필요하지 않지만 보증금 3000만 원은 18살의 신입생에게는 너무나 큰돈이다. 경기도 광주가 본가인 친구는 자취방을 구하는 대신 매일 4시간을 들여 통학한다고 했다.
2023년 기준 23개 주요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7.1%다. 이 수치만 보면 기숙사 수용률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용률이 높은 대학은 대부분 분교 혹은 제2캠퍼스 등 서울 밖에 있는 대학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 20%를 넘긴 대학은 4개 대학뿐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지방 출신도 아니고 기숙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니 50%를 넘는 수용률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총 입학 인원 가운데 서울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삼육대도 44.2%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기숙사 수용률로 과반이 넘는 지방 학생의 ‘주’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대학을 입학한 뒤 나도 모르는 새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가 됐다. 기본적인 내 의식주 해결을 위해 부모님의 손에서 매달 130만 원이 빠져나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매 학기 등록금 약 400만 원까지 꼭 필요한 것만 계산해도 1년이면 2천만 원이다.
대학생은 잘 곳이 필요하다. 그저 기본적인 의식주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방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월세 특별지원’을 통해 저소득 청년층에게 월세를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딱 1년만 지원해준다. 그럼에도 청년월세 특별지원은 당장 한 푼이라도 급한 청년에겐 좋은 정책이다. 이를 보완해 장기적으로 대학생 등 청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