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굴 껍데기가 어린이 안전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됐다. 올해 선정된 ‘어린이 안전대상’ 아이디어 4건 가운데 경남 통영시의 우수 사례를 보고서야 무릎을 ‘탁’ 쳤다.
통영시 벽방초등학교 통학로는 굴 껍데기로 만든 보도블록으로 만들었다. 이 보도블록은 단단하지만 성긴 공간으로 물이 잘 빠지는 특성이 있어 미끄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만큼 어린이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특산품인 굴을 골라내고 버려지는 굴 껍데기를 활용했으니, 환경까지 생각한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이 보도블록 통학로를 이용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인천 남동구의 한 학교를 둘러싼 통학로도 변화가 있었다. 어린아이 두 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비좁은 통학로 곳곳에 전봇대가 튀어나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했지만,
학교에서 내어준 부지로 이 전봇대가 쏙 들어가면서 아이들의 통학로가 넓어졌다. 부산 수영구에서는 생존 수영과 해상 스포츠를 결합한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무료 체험 교실을 열어 안전과 재미를 다 잡은 사례도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활동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이전보다 안전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어린이 안전정책을 더욱 폭넓게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제1차 5개년 어린이 안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엔 교통과 제품, 식품, 환경, 시설, 안전교육 등 6개 분야에 대한 ‘어린이 안전 최우선’ 정책을 담았다. 이 종합계획에 따라 14개 중앙부처와 전국의 시·도, 시·군·구가 모두 참여해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관련 부처, 지자체와 함께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서 이 시행계획이 헛돌지 않고, 매년 조금씩이라도 어린이 안전이 개선되도록 노력 중이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 모두
안전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남의 자녀도 내 자녀’라는 공동체 의식이 어린이를 적극적으로 돌본다는 사회 공감대로 이어져 어린이 안전의 생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도로 같은 실제 현장에서 안전 관련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민간기업과 협업을 통한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어린이 안전 일기 쓰기 및 공모전 등을 통해 어린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체험형 어린이 재난 안전 훈련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국민안전체험시설 6곳을 추가 건립하고, 어린이 안전지식 자가 진단, 찾아가는 안전체험교실 운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차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안전 관련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린이 안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의 막내 돼지처럼 어린이 안전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짚더미와 나무로 대충 집을 지은 형들과는 달리 막내 돼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단한 벽돌로 튼튼한 집을 지어 늑대로부터 형제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정부가 어린이 안전문화 정착의 노력을 차근차근 쌓아간다면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