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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반성 아닌 ‘미래 도전’ 웬말? 피해자 회복 지원 우선해야

등록 2023-12-13 18:19수정 2023-12-14 02:39

지난 11월13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13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교도소 ‘소년학교’ 어떻게 볼 것인가

박진아 |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사상 최초로 소년 수용자 10명이 교도소 안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들은 법무부가 올해 3월 개설한 만 15~17살 소년 수용자 교육시설인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들이다. 그중에는 “한 문제라도 더 풀어볼게요”라며 의욕을 보인 소년 수용자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피해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사죄할게요”가 더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을 교육해 수능에서 한 문제라도 더 풀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수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닌 교화다.

김종한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은 “소년 수용자들을 범죄자로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친구들은 이곳에서 공부하며 ‘나도 수의사가 되고 싶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며 “공부를 통해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된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꿈을 위한 도전이라….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수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생각해 봄으로써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닐까. 교도소 안에서까지 미래의 자신을 위한 노력이 주가 된다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언제 생각해 볼 수 있겠는가. 출소 뒤 일반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와 ‘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대한 인식’과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개념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2020년 논란이 되었던 전주교도소의 ‘교도소 노래방’이 떠올랐다. 전주교도소가 수용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설치한 '심신 치유실’은 큰 논란을 일으킨 뒤 결국 폐쇄됐다. 심실 치유실에는 노래방과 두더지 잡기 게임 2대를 설치했고, 개관까지 비용은 5000만원 상당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은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교도소 노래방’을 둘러싼 여러 분분한 의견 가운데 ‘죄를 지었어도 인권 보장 차원에서 여흥은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보고 나는 큰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당한 이후로 모든 시간이 멈춰져 있는데 가해자는 노래를 부르고, 게임기의 두더지까지 잡으며 인권을 앞세워 유흥까지 누리다니…. 지난해 법무부 예산 관련 자료를 보면, 범죄 피해자 지원 예산이 출소자 지원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범죄 피해자의 96%가 ‘일상 회복 지원’이 제도적으로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교도소 수감자들을 위한 어처구니없는 지원에 사용하느라 정작 지원이 절실한 피해자들은 혼자서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타인의 꿈을 상실시켜 버린 그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며 자신의 인권은 보호받길 원하고, 또 그러한 행위를 지원해 주는 상황들이 참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평생 그 죄 속에 갇혀 살며 새로운 삶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순간만큼은 그 모든 시간을 온전히 자신이 아닌 그들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를 위해 참회하는 데 사용했으면 한다. 교도소 수감자에게까지 인권을 보장하며 과도하게 배려해 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러한 관심을 피해자에게 더 쏟아서,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일상 속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더 옳지 않은가.

2020년 논란이 됐던 전주교도소의 ‘교도소 노래방’과 교도소 안에서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게 해준 ‘만델라 소년학교’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과연 수용자의 인권은 얼마만큼 보장해야 하는가와 더불어 피해자 예산 지원 확대 문제, 그리고 수용자들을 교도소에 수감하는 본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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