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손병일 | 서울 구로중학교 교사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남부교육청 등 11개 교육청을 통해 내년도에 학급 160개와 교사 444명을 감축한다고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이 통보를 받은 학교들의 반응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감축이 아니라 파괴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부교육청 소속 한울중의 경우는 1, 2, 3학년 학급수가 7, 7, 7이었다. 내년도엔 3개 학급이 줄어든 6, 6, 6이 된다고 한다. 남부교육청은 얼마 전까지 “내년도 한울중 학급수가 1개 줄어들 예정”이라고 알려왔기에, 6, 7, 7 수준으로 감축될 줄 알았던 한울중은 방학을 1주일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상태다.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한울중을 비롯한 혁신학교 및 다문화중점학교들이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사가 한 명씩 더 감원된다는 사실이다. 혁신학교·미래학교·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인 오류중은 5, 5, 5의 15개 학급인데 2개 학급(교사 3명)이 줄어든다는 통보를 받았고, 혁신학교인 영림중은 2개 학급(교사 4명), 다문화중점학교인 대림중은 3개 학급이 감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소속한 혁신학교·다문화학교인 구로중은 내년도 신입생 수 증가로 1개 학급이 늘어날 것으로 알고 있다가, 되레 1개 학급이 줄고 교사 2명이 준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거라는 걸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파괴적인 감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가뜩이나 일반 학교보다 더 많은 업무를 맡고 있는 혁신학교와 다문화학교의 교사들이 줄어든 교사의 업무를 떠맡게 되면 교육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지원과 도움이 절실한 혁신학교와 다문화학교,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런 교육 정책의 후퇴를 보며 ‘과연 나랏돈이 그렇게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부금이 학교로 쏟아져 들어와 시설 공사비와 기자재 교체비로 사용되고 있다. 왜 시설을 공사하고 기자재를 바꾸는 일에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정작 필요한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을 파괴적으로 줄이려 하는가? 10~20년은 더 쓸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교체하고, 여전히 튼튼한 창틀을 바꾸는 등 불요불급한 시설 공사와 장비 교체에 예산이 줄줄 새고 있지 않은가.
학교 현장엔 그런 예산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열악한 여건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혁신교육활동 예산과 2, 3학년 학급수 유지를 위한 예산, 법정 학급당 교원 수 유지를 위한 예산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연말에 교부금으로 낭비하는 돈만 절약해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다음 세 가지를 바란다. 첫째, 교육 현장을 황폐화시키는 서울 중등학교 학급 160개 감축과 교사 444명 감원을 즉각 철회해 달라. 둘째, 더 많은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혁신학교와 다문화중점학교,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에 대한 교사 추가 감원을 철회해 달라. 셋째, 다문화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적게 배정한다는 원칙을 지켜 기존 학급을 유지시켜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