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김은경 | 전업주부
헤어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 이름 등을 개인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위법일까. 최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의 활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의 ‘사적 제재’에 가까워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줘야 할 양육비를 안 준 ‘나쁜 부모들’이라도, 그들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건 ‘사적 제재’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의 목적은 미지급자를 명예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게 아니라 단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이었다”라는 운영자의 주장은 무시된 셈이다. 이번 판결 이후 양육비 채무 불이행은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 채무와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간과했으며, 미지급자 신상 공개로 인한 공익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배우자와 헤어졌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사적 제재’ 논란에도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부모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 이 논쟁이 촉발된 뒤 지난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은 현재 공적인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공개하는 양육비 채무자 명단에는 이름, 생년월일, 채무 금액 등 6개 항목만 있을 뿐, 얼굴 사진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얼굴 사진 없는 공개는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차제에 이런 파렴치한 양육책임 미이행자에 대해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제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정부 당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당사자 개인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이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제도가 허술해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하루속히 법을 개정 하길 기대해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부분은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 학대로 간주한다고 하니, 양육 책임에 대한 그들의 엄중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한부모 가정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