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안현수)의 활약과 이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체육계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에 의해서,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상식이 통하는 곳이 될까?
과거 6년 동안의 체육단체 근무를 통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렵다. 첫째,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 중간 관리자급만 희생양이 되거나 유관기관 취업 등의 반대급부를 쥐고 떠난다. 둘째, 정권은 5년, 우리는 평생, 이런 생각을 가지고, ‘소나기는 피하자’는 굳은 마음으로 납작 엎드려서 버티기 자세를 취한다. 운이 좋게도 반전의 기회(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 등)가 오면, 경제인들이 국가경제 헌신이라는 명목으로 살아나는 것처럼 양지로 다시 나오게 된다. 셋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 단적으로 체육관련 단체들의 수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출신 성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며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더욱 우울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 ‘스포츠3.0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의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어떤 공개경쟁을 통해서 위촉이 되었는가? 외부세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기 위해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다면, 기득권 세력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위원회를 꾸려야 하지 않았겠는가? 단순하게 말해 위촉위원들의 명단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체육계의 기득권 세력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나 더, 대한체육회에 스포츠인 권익센터·공정체육센터·(성)폭력 관련 선수위원회 등의 유사기능을 가진 위원회 등이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한 후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확률이 높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자정작용을 기대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불공정거래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끼게 되었는가. 빅토르 안으로 초래된 스포츠계의 사정바람은 바람으로 끝날 것이다. 설령 변화가 있을지언정 연속성은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납작 엎드려 오래 버틸 수 있는 기득권세력이 다시 득세할 것이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고등학교 축구종목 승부조작, 프로스포츠 종목의 승부조작, 체육특기자 입시비리, 국내 체조대회에서 한 선수의 심판에 대한 발언, 태권도 종목의 심판 불신에 따른 안타까운 사연, 체육계 (성)폭력 관련 문제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결정권자가 과거 체육계의 공로에 대한 공로는 인정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과감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결정권자가 자신의 가신뿐만 아니라 기득권 세력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궁금하다.
정재환 /스포츠코디네이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