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석
연세대 대학원생·국제법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귀국시켰다. 작년 말 시민단체가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행위가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부산 영사관 앞의 소녀상이나 2011년 12월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여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소녀상은 국제법 위반일까?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22조 제2항과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31조 제3항은 외교공관·영사기관에 대한 “어떠한 안녕의 교란이나 존엄의 손상도 방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 평화우호관계에 필수적인 외교기관에 대한 폭력행사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1996년 7월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및 2012년 7월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차량 돌진 사건 등은 빈협약의 중대한 위반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녀상 설치와 같은 평화적 행위까지 안녕·존엄의 불법적 침해라 할 수 있을까? 표현·집회의 자유는 한국 헌법 제21조와 일본 헌법 제21조,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19조·제20조, 한국·일본 등 전세계 168개국이 당사국인 1966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제21조에 보장된 인류의 보편규범이다.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외교기관 100미터 내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여 이를 악용한 대기업이 외국 공관을 유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러나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개정된 집시법 제11조는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하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는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타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76년 미국 의회는 빈협약 이행법의 피케팅 시위 금지 규정을 삭제했고, 1988년 미 연방대법원은 공관 500피트(약 152미터) 내 모욕적 간판 전시를 금지한 워싱턴DC법에 위헌판결을 내렸다(부스 대 배리). 1984년 영국 법원도 로케스 사건에서 모욕적 행위나 폭력이 있는 경우에만 공관의 존엄이 손상된다고 판결했고, 1985년 영국 정부도 유럽인권협약 및 국제규약을 근거로 로케스 판결을 지지하며 핵심요건은 공관업무에 지장이 없고, 공관원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통행이 자유로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는 동티모르계 주민들이 인도네시아군의 학살에 대한 항의로 인도네시아 대사관 밖 길가에 124개의 나무 십자가를 세웠다가 철거된 마그노 사건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법원은 2-1 표결로 빈협약 이행법에 근거한 시행령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인펠드 판사는 반대의견에서 빈협약상 공관의 존엄은 파견국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요란한 시위는 허용하면서 말없는 조형물만 문제 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2015년 12월28일 합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자유민주국가에서 빈협약상 공관의 평온·존엄이 헌법과 국제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무조건 우선할 수는 없다. 일본이 소녀상 설치가 빈협약 위반이라 본다면 한국과 일본이 비준한 빈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라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면 될 일이다. 독도 문제 등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주장하는 일본이 왜 소녀상 문제는 안 그러는지 궁금하다. 물론 일각에서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과연 피해자 인권을 위한 것인지 감정적 반일 민족주의의 표출인지 헷갈리게 된다. 계속된 소녀상 설치가 일본 내 극우파의 목소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소녀상 설치를 빈협약 위반으로 보는 것은 국제법과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원칙의 문제이다. 국가 간의 첨예한 사안일수록 원칙을 지키면서 풀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연세대 대학원생·국제법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귀국시켰다. 작년 말 시민단체가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행위가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부산 영사관 앞의 소녀상이나 2011년 12월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여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소녀상은 국제법 위반일까?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22조 제2항과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 제31조 제3항은 외교공관·영사기관에 대한 “어떠한 안녕의 교란이나 존엄의 손상도 방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 평화우호관계에 필수적인 외교기관에 대한 폭력행사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1996년 7월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및 2012년 7월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차량 돌진 사건 등은 빈협약의 중대한 위반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녀상 설치와 같은 평화적 행위까지 안녕·존엄의 불법적 침해라 할 수 있을까? 표현·집회의 자유는 한국 헌법 제21조와 일본 헌법 제21조,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19조·제20조, 한국·일본 등 전세계 168개국이 당사국인 1966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제21조에 보장된 인류의 보편규범이다.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외교기관 100미터 내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여 이를 악용한 대기업이 외국 공관을 유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러나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개정된 집시법 제11조는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하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에는 집회·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타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76년 미국 의회는 빈협약 이행법의 피케팅 시위 금지 규정을 삭제했고, 1988년 미 연방대법원은 공관 500피트(약 152미터) 내 모욕적 간판 전시를 금지한 워싱턴DC법에 위헌판결을 내렸다(부스 대 배리). 1984년 영국 법원도 로케스 사건에서 모욕적 행위나 폭력이 있는 경우에만 공관의 존엄이 손상된다고 판결했고, 1985년 영국 정부도 유럽인권협약 및 국제규약을 근거로 로케스 판결을 지지하며 핵심요건은 공관업무에 지장이 없고, 공관원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통행이 자유로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는 동티모르계 주민들이 인도네시아군의 학살에 대한 항의로 인도네시아 대사관 밖 길가에 124개의 나무 십자가를 세웠다가 철거된 마그노 사건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법원은 2-1 표결로 빈협약 이행법에 근거한 시행령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인펠드 판사는 반대의견에서 빈협약상 공관의 존엄은 파견국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요란한 시위는 허용하면서 말없는 조형물만 문제 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2015년 12월28일 합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자유민주국가에서 빈협약상 공관의 평온·존엄이 헌법과 국제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무조건 우선할 수는 없다. 일본이 소녀상 설치가 빈협약 위반이라 본다면 한국과 일본이 비준한 빈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라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면 될 일이다. 독도 문제 등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주장하는 일본이 왜 소녀상 문제는 안 그러는지 궁금하다. 물론 일각에서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과연 피해자 인권을 위한 것인지 감정적 반일 민족주의의 표출인지 헷갈리게 된다. 계속된 소녀상 설치가 일본 내 극우파의 목소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소녀상 설치를 빈협약 위반으로 보는 것은 국제법과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원칙의 문제이다. 국가 간의 첨예한 사안일수록 원칙을 지키면서 풀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