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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 이정윤

등록 2020-07-29 18:25수정 2020-07-30 16:15

이정윤 |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1945년 8월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한 발의 원자폭탄 투하로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다. 항복한 일본은 대미 외교역량을 발휘하며 1954년 2억5천만엔의 예산을 책정하여 핵개발에 돌입하였고 10년 뒤인 1964년 미국은 일본의 핵개발 능력에 대해 7년 뒤면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자체 평가한다. 이에 사토 총리는 1967년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며, 갖지 않으며, 들여오지 않겠다”는 비핵 3원칙을 수용했고 1980년대엔 평화이용 3원칙(공개·자주·민주)을 제정했지만 사실상 연막일 뿐 이면에서 대미외교에 전력한 결과 1987년 나카소네 총리는 미·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데 성공하였고, 결국 재처리 및 고속증식로 개발에 성공한다. 아베 신조는 2002년 5월 관방장관 시절 와세다대 강당에서 “일본이 원자탄을 갖는 것은 헌법상 아무 문제가 없으며, 결심하면 1주일 이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게 된다. 미국의 ‘허용’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를 위해 “미국의 푸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집요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결과, 외교적으로 미국에 ‘완전종속’되면서 핵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안전신화 망상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세계를 오염시키는 역사상 가장 참혹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낳았다.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이 1991년 11월8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무기와 농축·재처리시설 포기를 선언하고 원전사업에 집중한다. 핵개발을 하려면 미국 설득을 위해 ‘푸들’에 견줄 만한 개로 ‘종속’되어야 하는데 역부족이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원전기술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계약금 200억달러는 경쟁사보다 30% 싼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시공 불량에 따른 안전성 문제로 몇 년째 준공이 지연되어 공사금액이 300억달러 전후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작년 9월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정유공장이 대규모 파괴된 적이 있는 위험지역이다. 운영적자와 테러 발생 시 방사능 피해 등등 국제분쟁에 의한 천문학적인 피해는 모조리 국민의 몫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도 7천억원이 투입되었다지만 안전성을 도외시한 부실한 수명연장으로 경제성마저 미흡하여 가동도 몇 년 못 하고 작년 폐로하기에 이르렀다. 한빛 3·4호기는 가동한 지 20여년 만에 부실시공과 증기발생기 교체 문제로 수년간 정지되어 수천억원 손실 상태다. 사용후핵연료는 전국에 1만5천톤이 허술하게 쌓여 있지만 둘 곳도 없고, 위험정보를 충분히 알리지도 않은 채 일사천리로 공론화를 진행하여 반발을 사고 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에게서 영원에 가까운 10만년간 핵폐기물을 자연에서 격리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며 아직 장기 저장에 따른 기술적 입증도 제대로 안 된 세계적인 난제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도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공언하지만 북핵은 남한 공격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 지난 6월4일 미국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중국·북한의 로켓 사정거리에 있어서 무방비 상태라고 공개했다. 이런 상태인데 핵무기부터 개발하자는 주장은 모순되며 재처리 연구도 미국에 의해 거부되므로 결국 결과 없이 돈만 쓰자는 것이다. 원전 건설이 중단되자 소형원자로, 핵잠수함, 핵융합 등 결과 없이 돈만 쓰는 핵개발 변종들이 등장했다. 개발주의 잔재인 평화적이지 않은 평화적 이용, 적자투성이 원전, 미국 종속만 강화시키는 결과 없는 핵개발, 수출 안 되는 수출 등등은 분명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모두 핵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헛된 망상의 소산들이며 하루빨리 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 망상은 안전신화에 갇히게 해서 지구를 오염시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책 없는 원전 핵폐기물은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며 인류의 미래 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일시적인 용도를 위해 인간이 만든 핵은 이후 10만년간 인간과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영원한 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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