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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택배 과로사 보고만 계시렵니까 / 안진걸

등록 2020-09-21 18:08수정 2020-10-19 10:14

한가위 앞 택배노동

안진걸 ㅣ 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요즘 집집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 코로나19, 그리고 등록금 고지서, 그리고 무주택 서민의 집에서는 전월세 종료나 인상 통보일 것입니다. 비록 임대차 3법 통과로 세입자들 주거 안정이 조금 더 진척되었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 무주택 서민·청년으로 사는 삶은 참으로 팍팍하기만 합니다. 정부와 국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팍팍하거나 비통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그럼에도 매우 공익적인 임대차 3법마저도 시비를 걸고 왜곡을 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 수구기득권 언론들을 보면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집집마다 가장 반가운 것은 무엇일까요? 많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기다리던 택배나 배달 서비스의 도착이 아닐까요? 이렇게 택배는 비대면 시대를 거치면서 이동통신 못지않게 가장 중요한 생활 필수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택배기사님들은 지금 엄청난 노동시간과 노동 강도에 시달리며 실로 ‘살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300~400개의 택배를 나르고 있고, 무려 하루 13~14시간 안팎의 노동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숨이 가쁠까요.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도 미처 전하기 전에 이미 기사님들은 다른 배송지로 뛰고 있는 것입니다. 가령, 하루 300개의 택배를 나른다고 했을 때 10시간 노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2분에 1개를 배송해야 하는 셈이니 그게 물리적으로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고 그래서 10시간이 넘는 노동, 그사이 휴식조차 할 수 없는 노동에 내몰리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과 올해 발생한 택배기사님들의 과로사만 최소 10건이 넘게 확인됩니다. 다른 산재까지 하면 더 많은 택배 기사님들이 안타깝게도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택배노동자 당사자분들이 택배연대노조를 결성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들과 소비자·이용자들이 직접 나서서 택배기사님들의 살벌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민생경제연구소가 최근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택배기사님들을 응원하는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연대 활동에 돌입한 것입니다.

마침 정부도 지난 10일 ‘2차 택배물량 관리강화 및 택배종사자 보호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2차 권고안에는 지난 1차 권고안과 비교하여 △분류작업 인력 한시적 충원 △휴게시설 확충 △지연배송 사유로 택배기사에게 불이익 금지 △건강 이상 시 택배사 본사에 즉시 보고 △연 1회 이상 정기적 건강검진 등의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배송만으로도 너무나 벅찬 기사님들에게 하루 6~7시간씩의 택배분류 업무를 공짜로, 강제로 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택배회사들입니다. 택배사들은 국토교통부의 권고에 따라 즉시 현장에 별도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택배기사님들의 과로도 확 줄어들고, 국민들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우리 국민들도 택배 서비스를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니 1석3조의 정말 좋은 정책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은 택배, 퀵, 배달 등의 생활물류서비스업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택배·배달산업의 투명화와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및 고용안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택배사들은 즉각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 법안부터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점은 차후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주5일 근무제, 노동3권, 4대보험 적용은 우리 국민들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택배노동자들은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이를 거의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아주 신속한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과 함께 우리 택배노동자들 모두에게 노동기본권이 반드시 보장되는 사회로 하루빨리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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