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년의날 기념 20대 청년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선거에서 유권자 연령층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갈리는 현상을 세대 투표라고 한다. 2002년 대선에서 20대와 30대는 노무현 후보를 많이 찍었다. 50대와 60대는 이회창 후보를 많이 찍었다. 40대는 비슷했다. 세대가 지역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는 세대 투표가 없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세대 투표가 확연했다. 대구·경북과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20~40대는 민주당을, 50~60대는 한나라당을 많이 지지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모두 다 마찬가지였다. 20~40대는 민주당의 영원한 지지층인 것 같았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가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외친 것이 2018년 7월이었다.
변화는 2019년부터 나타났다. 조국 사태가 시작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20대는 30대와 달리 반대 의견이 높았다. 특히 20대 남자의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이대남’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젠더 갈등’의 표출이기도 했다.
2020년 총선에서 20대의 민주당 이탈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때문이었다. 그래도 조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20대는 30대와 40대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적게 지지했다. 이전 선거와 다른 현상이었다.
민주당이 눈치가 빨랐다면 이때 위기의 징후를 감지했어야 한다. 민주당은 그 정도로 영민하지는 못했다. ‘조국 사태’의 상처는 코로나와 총선에 덮여 안으로 곪아갔다.
총선 뒤 민주당 토론회에서 정해구 교수는 민주당 승리의 원인을 ‘2040세대의 적극적 참여’로 짚은 뒤 ‘2040세대가 원하는 세상’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들의 삶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경제적인 여건의 개선인 동시에 그 속에서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삶이 아닐까 한다. 특히 그들의 노력에 비해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비롯하여 그들이 원만한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해구 교수의 제언과 달리 민주당은 총선 뒤 청년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40세대의 표만 받아먹고 2040세대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지 못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사필귀정이다.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쌓은 것은 모래성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민주당의 무능과 게으름과 몰염치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2030이 민주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2030을 배신한 것이다.
2030의 분노는 무차별적이다. 국민의힘이 집권 세력이었다면 국민의힘을 향해 폭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집권 세력은 민주당이다. 억울해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기득권 세력이라고 하면 기득권 세력인 것이다.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민주당 앞에 더 큰 위기가 닥치고 있다. 2022년 3월 9일 대선이다.
보수 야당의 30대 대표 등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표심이 내년 대선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신호다. 2030이 야당을 지지하면 민주당 재집권은 불가능하다.
2030이 아직 민주당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추정이 있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2030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한다.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더 지지한다. 2030이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다행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당에는 이준석 같은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가 탄생하는 데 10년 걸렸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대표나 대선 주자의 나이가 아니라 가치와 노선과 정책으로 대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은 2030 자유주의 성향과 충돌한다. 민주당은 개개인을 조금 더 존중해야 한다. 공정이 아니라 공평을 내세워야 한다.
청년 일자리는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도,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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