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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바이든의 ‘세상만사 독트린’과 ‘신냉전’

등록 2021-06-30 14:01수정 2021-07-01 02:08

미-중 대결이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불가피하다면, 중간에 낀 한국은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바이든의 ‘세상만사 독트린’이 기초하는 이상주의와 도덕주의에는 호응하고, 지정학적 사안에서는 대결을 피해 가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랑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네바/타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랑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제네바/타스 연합뉴스

정의길 선임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정의길|국제부 선임기자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미국의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패권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마 이란의 대연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서로의 고충을 보완하는 ‘반패권 연대’일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이 주도자이고 러시아가 추종자가 되겠지만, 이 연대는 중-소 블록에 의해 한때 조성된 도전의 규모와 범위를 연상시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도 중국을 옥죄려는 대외정책을 강화하나, 이런 위험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양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 20주년을 맞아, 화상회의를 열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논의했다. 두 지도자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정책이 본격화된 2008년 이후 9번의 직접 면담, 5번의 화상·전화 접촉, 5번의 서신 교환을 했다고 중국 국영 <시지티엔>(CGTN) 방송이 전했다.

중-러 지도자가 회의를 한 이날 미국은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를 공습했다. 공습을 받은 이라크의 대중동원군(PMF)은 이란이 지원하는 최대 시아파 무장세력이다. 공습은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국제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을 복원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에 당선된 보수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가 취임하는 8월 초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란국제핵합의는 물론이고 양국 관계 복원은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중국, 러시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관계는 트럼프 이후 악화일로이다. 바이든은 지난 10일부터 1주일간 유럽을 순방하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연이어 갖고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동맹’을 꾸렸다. 냉전 때 소련을 겨냥해 만든 군사안보기구인 나토에 중국이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나토의 영역은 유럽과 그 주변에서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유럽대외관계위원회의 제레미 샤피로 연구소장은 <포린 어페어스>에 ‘바이든의 세상만사 독트린’이라는 기고에서 냉전 붕괴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실수인 모든 국제 현안에 대한 과도한 개입에 따른 국력의 과잉전개가 바이든 정부에서 더 악화될 우려를 제기했다. 바이든은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 대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미국의 동맹 복원에다가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대외정책의 우선 사항들로 설정했다. 그는 바이든 대외정책의 우선 사항들이 서로 길항하는데다, 미국의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을 ‘에브리싱 독트린’, 즉 ‘세상만사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바이든의 ‘세상만사 독트린’은 미국 특유의 이상주의와 도덕주의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더 큰 위험은 이런 대외정책이 중국과의 대결로 치달을 위험이다. 바이든과 각료들은 ‘신냉전’이라는 말을 거부하지만,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국에 대한 워싱턴의 위험스러운 새로운 합의 : 또 다른 냉전을 시작하지 마라’라는 기고에서 20년 전 중국과의 경제관계 확대를 앞다퉈 진행하던 이들이 지금와서는 중국을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한다며 꼬집었다. 그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주요한 대결은 국가 사이에서가 아니라 국가 내에서 벌어진다”며 “민주주의가 승리한다면, 이는 전통적인 전장에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보다도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실제로 제공함으로써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미-중 대결이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불가피하다면, 중간에 낀 한국은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바이든의 ‘세상만사 독트린’이 기초하는 이상주의와 도덕주의에는 호응하고, 지정학적 사안에서는 대결을 피해 가는 입장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신장·티베트·홍콩·대만 문제에서 우리는 인권과 자유에 대해선 보편적 가치에 기초해 적극적인 목소리로 호응해야 한다. 반면, 지정학적 사안들인 이들 지역의 독립이나 분리 문제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런 투 트랙 접근이 가능하냐고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과 중국에 한국은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와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외교는 원칙이고 선택이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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