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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자연의 권리도 보장하는 ‘환경 헌법’

등록 2021-07-13 14:34수정 2021-07-14 02:39

남미의 에콰도르는 국민투표만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나라다. 국회 의결을 거쳐야 국민투표에 회부되는 여느 나라와 다르다. 유권자의 의사가 헌법에 반영되기 쉬운 구조다. 그러다 보니 다소 ‘급진적인’ 내용이 담기기도 한다. 에콰도르가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한 첫번째 나라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에콰도르 헌법에 자연의 권리 조항이 들어간 것은 2008년 개헌을 통해서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에콰도르 헌법상 자연의 권리, 그 이상과 현실)을 보면, 에콰도르 헌법이 보장하는 자연의 권리는 크게 두 가지다. ‘존재 자체와 생명의 순환과 구조, 기능 및 진화 과정을 유지하고 재생을 존중받을 권리’와 ‘(훼손됐을 경우) 원상회복될 권리’가 그것이다. ‘모든 개인과 공동체 등은 당국에 자연의 권리를 집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2011년에는 실제 소송에서 이 헌법 조항에 따라 ‘자연의 권리’가 구제된 첫 사례가 나왔다. 도로 건설 과정에서 폐기물을 하천에 버린 지방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강의 이익을 위한 소송’(보호조치 청구)에서 법원은 “강과 주변 생태계를 원상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에콰도르와 달리 헌법에 진보적인 환경 조항을 넣으려다 무위에 그친 나라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헌법 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민 150명으로 구성된 ‘기후시민회의’의 제안으로 마련된 개헌안인데, 지난 3월 하원에선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으나 최근 상원에서 거부됐다. 국회에 막혀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회부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6일 한국에서도 ‘환경 헌법’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기후 및 생물 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을 담자는 제안이다.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각계 인사 29명이 제안서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선 ‘개헌’ 하면 ‘권력구조 개편’을 먼저 떠올리는데, 환경권 등 기본권에 대한 논의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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