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국회의원들의 재산 현황을 공개했다. 국회의원 296명의 재산이 평균 94억9천만원이나 됐다. 다들 그렇게 억만장자였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1조9249억원)과 고희선 의원(1984억원)의 재산이 평균값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을 빼고 294명의 재산을 계산하면 평균값이 4분의 1도 안 되는 23억3천만원으로 줄어든다. ‘평균의 함정’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이 평균 5억1천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전체 순자산(1경423조원)을 추계 가구 수(2035만)로 나눈 값이다. 집값이 뛰어 전년보다 11.9% 증가했다. ‘구매력 평가 환율’로 환산하면 59만4천달러로 50만달러인 일본보다 많다. 비영리단체가 포함돼 있어 가계 평균보다 조금 부풀려져 있긴 해도, 1인가구까지 포함해 계산한 가구당 순자산이 5억원을 넘는다니 다들 그렇게 부자인 것일까?
계층별로 자산 현황을 나눠서 살펴보면, 여기에도 평균의 함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전국 2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계층별 순자산 분포를 보여준다. 2020년 3월 말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3억6287만원이었다. 크기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선 사람(중위값)의 순자산은 2억218만원에 그쳤다. 평균과 중위값의 차이가 큰 것은 소수 부자가 평균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32.2%)은 순자산 보유액이 1억원 미만이다. 절반 가까이(49.6%)가 순자산이 2억원에 미달했다. 3억원 미만을 합치면 62.3%에 이른다. 보통 사람의 재산 정도는 그렇다.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가구는 7.2%에 불과했다.
상위 10%(8억3372만원 이상)의 순자산 점유율은 2018년 42.3%에서 2019년 43.3%, 2020년 43.7%로 해마다 커지고 있다. 가계 자산 증가는 ‘거주 주택’의 가격 상승이 이끌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원을 넘어설 정도니, 재산이 전체 가구 가운데 중간쯤인 사람도 ‘벼락거지’라고 자조한다.
정남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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