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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재승 칼럼] “폐업이 부럽다”는 자영업자들의 한탄

등록 2021-07-28 15:50수정 2021-07-28 17:43

주변을 보면 매출 감소로 직원을 줄이고 빚을 내 근근이 버텨가는 자영업자들이 허다하다. 이쯤 되면 장사를 접는 게 정상인데 폐업을 하는 것도 힘들다. 폐업을 하는 순간 대출금과 밀린 임대료를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폐업이 부럽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겠는가.
경남 김해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김해시 내외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김해/연합뉴스
경남 김해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김해시 내외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김해/연합뉴스
안재승 논설위원실장
안재승 논설위원실장
코로나발 경제 충격은 불평등하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지 않은 국민이 없지만, 경제적 피해 만큼은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식당·카페·학원·미용실·세탁소 등 골목상권 자영업자 중 79%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평균 23%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코로나 충격 탓에 매출이 감소했는데 여기서 또 5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유흥시설 등 집합금지 업종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4차 유행이 번지면서 7월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4단계로 올라간 수도권에선 오후 6시 이후 2명을 초과해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저녁 장사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코로나에 걸려 죽으나 굶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말이 더는 과장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매출 감소로 직원 수를 줄이고 빚을 내 근근이 버텨가는 자영업자들이 허다하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128만명으로 국내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의 145만명과 견줘 17만명 감소했다.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해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주인 혼자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매출이 줄었지만 임대료, 인건비, 카드수수료, 전기·수도료 등 고정비는 지출해야 하니 빚을 낼 수밖에 없다. 20일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자영업 신규 대출자가 38만명이었는데 이후 1년간은 71만7천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장사를 접는 게 정상인데 폐업을 하는 것도 힘들다. 폐업을 하는 순간 대출금과 밀린 임대료를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지금 상황에서 권리금 회수는 언감생심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폐업이 부럽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겠는가.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재산권을 제약하면서 영업금지·제한 조처를 하는 건 코로나로부터 국민 안전과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다. 만약 자영업자들이 우리만 피해 볼 수 없다며 영업금지·제한 조처를 거부한다면 방역 전선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로 인한 감염 확산과 국가 경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자영업자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다.

정부도 나름 애쓰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다.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4차 유행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영업자 희망회복자금 예산을 정부안(3조2500억원)보다 2조9300억원 늘렸는데, 예결특위에서 9500억원으로 줄였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을 들어 반대해 3분의 2가 날아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눈앞의 부담은 줄일 수 있겠지만 결국 방역도 경제도 모두 잃게 되는 소탐대실이란 걸 왜 모르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5인 절대 금지, 18시 이후 2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5인 절대 금지, 18시 이후 2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에 당부한다. 자영업자들이 방역에 협조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경제적 손실을 두텁고 폭넓게 보상하기 바란다. 지원금 재원이 부족하면 3차 추경 편성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영업자들의 대출금 문제와 관련해 연착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832조원으로 지난해 3월 말에 비해 132조원 증가했다. 당장은 정부의 대출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처로 넘어가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계속 가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교한 대책을 미리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5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금융권도 동참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은 게 임대료(42%)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임대료 내는 데 쓴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임대료를 내려준 건물주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도입했으나 참여 비율이 전체 임대사업자의 5%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임대인과 정부가 분담하도록 하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으나 여태껏 법안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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