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메신저를 친다’는 말은 오랜 연원을 지닌다. 고대에는 사람이 직접 소식을 전하다 보니 그 소식이 불쾌하면 전달자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는 아르메니아 왕 티그라네스의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로마군이 진격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상해 그 전달자의 목을 베었고, 이후 누구도 로마군의 동향을 보고하지 않게 됐다. 결국 그는 듣기 좋은 말에만 귀를 기울이다 로마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티그라네스 왕의 태도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관련된 심리학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에게 50% 확률의 복권을 주는데, 실험 도우미가 복권을 뽑아 두번째 도우미에게 전달하고 두번째 도우미가 이를 실험 참가자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실험 참가자는 복권이 당첨되지 않았을 때 단순 전달자인 두번째 도우미에게 의도가 있다거나 그가 무능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공론장에서 이런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논리학에서는 어떤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그 주장을 내놓은 사람의 성격·자질·행적 등을 공격하는 것을 ‘비방적 대인 논증’(Ad Hominem-Abusive)이라는 오류로 규정한다. 논증의 대상인 애초 주장에는 눈감고, 이와 동떨어진 이야기로 논쟁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이런 태도는 오류 중에서도 저열한 것으로 취급된다. 주장 자체를 반박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물론, 주장이 아닌 사람을 공격하는 게 정당한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주장 자체가 ‘나는 훌륭한 사람이다’처럼 그 사람의 됨됨이와 직접 관련된 것이거나, 그 사람의 과거 주장과 현재 주장에 모순이 있어 이를 지적하는 경우 등이다.)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한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과는 관계없는 개인적 행위를 들춰내 상처를 입히는 식이다. 비방적 대인 논증의 전형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의혹을 제기한 공익 제보자를 공격하는 것은 선거라는 공론장의 품격을 해칠 뿐 아니라, 티그라네스 왕의 일화에서 보듯 전체 사회에도 결국 독이 된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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