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란 여러 세대로 구성된 가족이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사업, 사업 조직을 말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밀접한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까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짙다.
서양의 영화·드라마 가운데는 가족 범죄 이야기에 ‘패밀리 비즈니스’란 제목을 단 작품들이 여럿 있다. 1989년 미국 시드니 루멧 감독이 만든 <패밀리 비즈니스>는 평생 도둑질을 하며 살아온 할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들,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할아버지와 손잡고 도둑질을 하는 손자 등 3대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9년부터 방영한 프랑스 시트콤 <패밀리 비즈니스>는 곧 대마초가 합법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가족이 가업인 정육점을 접고 마리화나 사업 준비에 뛰어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 영화 <만비키 가족>(우리나라에선 ‘어느 가족’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의 구성원들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척하며 훔쳐서 먹고산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좀도둑질(만비키)을 하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패밀리 비즈니스다. 물론 이 영화 속의 할머니, 아들·며느리, 손주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고, 영화의 메시지도 그들의 일을 희화화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에선 패밀리 비즈니스란 표현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오너 기업’ ‘동족 회사’ ‘동족 경영’ 등으로 표현하는데, 일본 에프비엠(FBM)컨설팅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97%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전체 피고용인의 70%가 그런 기업에서 일한다. 일본에서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그렇지 않은 기업 조직에 비해 경상이익률이나 총자산이익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 사이의 논쟁 과정에서 ‘선거=패밀리 비즈니스’란 말이 나와 화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개 사과’ 사진에 부인 김건희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씨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것을 겨냥해 “선거라는 것은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 선거에 대한 매우 새로운 해석이라 관심을 확 끈다. 정말 그렇단 말인가.
정남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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