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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석양의 무법자 / 권태호

등록 2021-11-09 15:38수정 2021-11-10 02:33

<석양의 무법자>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에 이은 세르조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달러 3부작’(국내 번역에선 ‘무법자’ 시리즈) 완결편이다. 20만달러가 묻힌 묘지를 찾아 현상범과 ‘현상금 사기꾼’(이스트우드), 악당 등이 서로 쫓고 쫓긴다. 원제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으로, 김지운 감독의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 오마주(hommage)한 영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일 당 선대위 참가를 거부하면서 페이스북에 “차기 대선판이 ‘석양의 무법자’처럼 돼간다”고 말했다.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 “두분 중 지면 한 사람은 감옥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란 이유를 들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양대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빗댄 것이다.

홍 의원의 말은 과하다. 하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선 홍 의원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한편에선 ‘비호감 대선’이라며 무관심을 나타낸다지만, 또 한편에선 ‘지면 끝장’이라는 사생결단식 긴장감이 팽배하다.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영화)인 <석양의 무법자>가 이전 서부영화와 다른 점은 존 웨인류 ‘영웅과 악당’의 전형적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적 배경인 남북전쟁(1861~1865)은 60만명이 희생된 미국 역사상 최대 비극이다. 영화 속에도 수많은 병사의 시신이 널려 있다. 그러나 영화 속 ‘놈놈놈’들이 쫓는 건 오로지 숨겨진 ‘20만달러 금화’다. 멀리서 흙먼지 일으키며 오는 군대를 보면, 북군이면 주워 입은 남군 군복을 얼른 벗으려 하고, 남군이면 “남군 만세”를 외칠 정도로 누구 편도 아니고, 별다른 신념도 없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우리 대선 후보들이 ‘석양의 무법자’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 무대에 선 후보들은 ‘놈놈놈’들과 달리, ‘금화’보다 수많은 ‘희생자들’에 더 마음 아파할 것이다. ‘놈놈놈’처럼 ‘돈’만 갖고 튀진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과 또 대선 이후가 홍 의원 ‘악담’처럼 흘러가선 안 된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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