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가 곰팡이라면, ‘낮은 보유세’와 ‘정부의 과도한 건설 경기 부양책’은 곰팡이를 번성하게 하는 온상이 돼왔다. 보유세는 토지 불로소득을 회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아 부동산을 사재기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 이를 고치려는 역대 정부의 노력은 기득권층의 반발로 숱한 좌절을 겪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2월 모든 토지 가액을 소유자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종합토지세를 도입했다. 과표 현실화율을 15%에서 1994년 6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세 저항으로 사회 불안이 우려된다는 내무부의 반발에 밀려, 석달 만에 허리가 꺾였다. 김영삼 정부도 1993년 4월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며 종토세 과표를 공시가의 21%에서 1996년 100%까지 올리겠다고 했으나, 머잖아 흐지부지됐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시가의 30% 안팎인 과표 적용률을 5년 동안 50%까지 끌어올리고,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0%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재산세가 지방세여서, 서울 강남권처럼 세원이 풍부한 지방자치단체는 안 올릴 거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국세로 거두려고 따로 만든 게 종합부동산세다. 나라에서 걷을 뿐 다시 지방에 돌려준다. 최종적으로 종부세는 세대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주택)에 매겼다.
세수가 2007년 2조4143억원에서 2011년 1조1019억원으로 급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종부세의 생애도 파란만장하다. 이명박 정부는 과표 현실화를 없던 일로 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은 주택의 경우 9억원으로 올리고, 세율을 크게 낮췄다. 장기보유 공제와 고령자 공제도 더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올해 과세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0.17%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장기적으로 1.0%까지 올리고 세수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세금 부담을 지적하며 줄이는 쪽으로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보유세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이지만, 선거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종부세의 운명은 위태로워 보인다.
정남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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