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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중-한 관계와 미국 요인

등록 2021-12-26 19:13수정 2021-12-26 20:19

리팅팅 | 중국 베이징대 교수

중국과 한국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 각자의 국가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미국 요인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래 지난 1년 동안 대중국 전략 경쟁을 펼치면서 동맹 관리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에 대한 동참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중-한 관계 발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내실화를 내세우며 인도-태평양 전략, 공급망 개편 등 중국 견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백신 생산,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고, 전통적 안보 분야에서도 미사일 지침 종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목표 확인, 남북 대화·협력에 대한 지지 표명 등 한국 쪽의 주요 관심 사항을 배려했다. 대신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언급을 한-미 공동성명에 최초로 추가하는 선례를 만들어 중국 쪽의 엄중한 우려 표명을 초래했다.

한국에 대한 협력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경쟁과 아태지역 동맹 관리 재편 맥락에서 일어났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전략 경쟁을 전통적 군사안보 분야를 넘어서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경쟁으로 재정의하였으며, 동맹과의 공조 강화를 통한 대중국 경쟁우위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전략 분야에서는 각 동맹국의 특징과 역량에 따라 맞춤형 협력 추진과 관리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데, 첨단기술, 코로나 대응, 친환경 분야에서 우위를 가진 한국을 대상으로 관련 협력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가지 차원에서 미국의 아시아 동맹 관리 개편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주목을 받았다. 첫번째는 미국 우선주의에서 상호주의로 전환이고, 두번째는 일본 등 핵심 동맹국을 중심으로 하던 기존의 서열화된 동맹 관리 방식 개편에 관한 관심이었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양자 동맹 시스템인 이른바 ‘허브 앤드 스포크’ 체계에 의존해왔지만, 사실상 일본을 주축으로 하는 서열화 관리를 해왔다. 냉전 종식 이래 제도화와 다자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동맹 관리의 수평화 개편을 시도했지만, 새로운 의제 설정, 제도 도입, 체제 구축 면에서 일본을 선도로 하는 서열화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초반의 관심이 점점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을 목격하게 됐다. 중-미 경쟁 구도가 매우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 관리 재편이나 그 약속 이행 의지와 능력에서도 삼성 등 기업에 대한 영업 정보 제출 요구, 종전선언과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대한 태도, 오커스(AUKUS) 등 새로운 안보협의체 구축 등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 기본적인 구조나 동학이 바뀌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근본 원인은 아무리 동맹 공조를 강조하더라도 국가 간의 전략적 목표, 위협 인식, 정책 우선순위가 불일치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평화 안정과 협력 발전 면에서 서로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중국과 한국은 미국 요인을 넘어 양국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는 안목과 노력이 필요하다.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도 중-한 양국은 지난 1년 동안 서로의 이견과 도전을 잘 관리하였고, 많은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11월 기준 양국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7.7% 성장했고, 요소수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정부 간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이 다시 입증되었다. 또한 양국 전문가로 구성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에서 공동 보고서를 채택했으며, 내년 초 화상 정상회담 추진에 관한 정부 간 세부 내용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같은 모멘텀이 중-한 수교 30주년이 되는 내년에 더욱 가속화되어, 고차원 방정식과 같은 지역 질서 개편 속에서 서로에게 호혜와 재도약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양국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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