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울산공업센터 60년, ‘안전’은?

등록 2022-02-08 16:50수정 2022-02-09 02:32

울산시는 지난달 27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날을 ‘울산공업지구의 날’로 지정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는 지난달 27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날을 ‘울산공업지구의 날’로 지정했다. 울산시 제공

[전국 프리즘] 신동명 | 전국팀 선임기자

60년 전 울산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공단이 조성되며 산업 수도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1962년 1월 27일 당시 박정희 군사정부는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하고 2월 3일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했다. 그때 정부가 내놓은 울산의 장기 목표는 ‘인구 50만명의 공업·문화 도시’였는데, 현재 울산은 인구 100만명이 넘는 광역시로 성장했다.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의 대규모 생산기지가 잇따라 건설되면서,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울산은 ‘급할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급속히 대도시로 변모했다.

지난달 27일 울산공업센터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한반도 변방의 울산이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어 산업 수도로 우뚝 섰다”고 자부했다. 울산시는 이날을 시 기념일인 ‘울산공업지구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과 함께 갖가지 학술·문화 행사 등을 열며 자축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고가 앞서 잇따라 터졌다. 지난달 12일 새벽 에스케이(SK)에너지와 동남정밀 등 공장에서 잇따라 화재 사고가 나더니, 23일 저녁 효성티앤씨 공장에서 난 불은 이튿날 오후까지 22시간이나 지속했다. 이 화재로 회사 직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인근 부산·경남·경북 소방본부까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했다. 연이은 대기업 공장 화재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음날인 24일 오후엔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에서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상에서 혼자 리모컨으로 크레인을 움직여 3톤가량 되는 철판을 쌓는 작업을 하다가 철판과 공장 철제 기둥 사이에 끼여 숨졌다. 올해 창사 50돌을 맞는 현대중공업에선 1974년 본격 조업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지는 중대재해가 잇따랐다. 노조가 조사한 결과, 한 해 약 10명꼴로 원·하청노동자 472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60년 전 군복 차림으로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던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치사를 통해 “우렁찬 건설의 수레 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 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을 염원했다. 그날의 염원대로 ‘건설의 수레 소리’와 ‘공업 생산의 검은 연기’가 울산에 초단기간의 산업화와 엄청난 경제성장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그 대가로 공해와 산업재해 등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이 치러야 했던 희생 또한 만만찮았다.

이제 ‘환갑’을 맞아 노후화된 울산공단에 올해부터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이 추진된다. 2024년까지 3년간 국비 2400억원과 시비 800억원 등 총사업비 4900억원을 들여 전통 제조업 중심의 노후 산업단지를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 변화에 맞게 지역산업 혁신 거점으로 전환하는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울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 4500여개를 만들고, 72개 이동수단(모빌리티)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물론 노후 산단의 안전 문제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사업의 주안점은 ‘산업 전환’ ‘일자리 창출’ ‘기업 유치’에 맞춰져 있다.

60년 전 박정희 군사정부는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해 울산에 신공업도시를 건설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목표 달성’ ‘효율성’ ‘생산성’ 등 군사·경제 논리는 무성했지만, ‘안전’이나 ‘환경’ 같은 주민·노동자의 삶과 관련된 요소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공장 곳곳에 나붙었던 ‘안전제일’이란 구호는 현실에선 공염불에 불과했다.

이제라도 60년 된 낡은 산업단지를 혁신하는 대개조 사업에서는 노동자·시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중심가치로 둬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와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산업단지 대개조에 앞서 사고와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tms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김 여사 공천개입,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9월20일 뉴스뷰리핑] 1.

김 여사 공천개입,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9월20일 뉴스뷰리핑]

우리 엄마가 ‘백종원’으로 변했어요~ 2.

우리 엄마가 ‘백종원’으로 변했어요~

[사설] 정부 비판 기자회견에 대관 취소한 언론재단 3.

[사설] 정부 비판 기자회견에 대관 취소한 언론재단

[사설] 권력 눈치본 검사들 대놓고 발탁한 검찰 인사, ‘김건희’ 수사 말라는 신호인가 4.

[사설] 권력 눈치본 검사들 대놓고 발탁한 검찰 인사, ‘김건희’ 수사 말라는 신호인가

[사설] 문 정부 대북 정책 “평화 로비”라는 대통령실, 윤 정부는 그간 뭘 한 건가 5.

[사설] 문 정부 대북 정책 “평화 로비”라는 대통령실, 윤 정부는 그간 뭘 한 건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