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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등록 2022-02-13 16:41수정 2022-02-14 02:02

영화 <비틀즈 겟 백-루프탑 콘서트>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비틀즈 겟 백-루프탑 콘서트>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한겨레 프리즘] 서정민 | 문화팀장

베이스기타가 둥둥거리자 내 가슴도 둥둥 방망이질 쳤다. “겟 백, 겟 백~” 하고 폴 매카트니가 부르는 노래를 속으로 얼마나 크게 따라 불렀는지 모른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씨지브이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영화관에 이렇게나 사람 많은 광경을 본 게 언제인지. 맨 앞줄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 모두가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겟 백(돌아가)!’

이날 상영된 영화는 <비틀즈 겟 백―루프탑 콘서트>.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 거의 8시간 분량으로 만든 3부작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백>을 1시간여 분량으로 줄인 것이다. 지난해 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3부작 전편이 공개됐는데도, 11~13일 단 사흘간 아이맥스 버전을 상영한다고 하니 표가 순식간에 동났다.

비틀스 공연은 늘 문전성시였다. 팬들의 함성이 너무 시끄러워 멤버들이 자기 연주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여러 이유로 비틀스는 공연을 멈췄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들어가 온갖 시도를 하면서 음악은 점점 더 복잡하고 섬세해졌다. 비틀스의 후기 명반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다 초기의 원초적인 로큰롤 사운드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만든 게 ‘겟 백’이다. 날것의 생동감을 위해 라이브로 녹음하기로 했다. 1969년 1월30일, 자신들의 회사 애플 사옥 옥상에 올랐다. 거기서 ‘겟 백’ ‘돈트 렛 미 다운’ 등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녹음과 촬영을 했다. 깜짝 공연에 시민들은 인근 건물 옥상과 길거리에 몰려들었다. “런던에 생기를 준다”며 즐거워한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시끄럽다”며 민원을 넣은 이들도 있었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에 무대는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고, 이는 이듬해 해체한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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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틀즈 겟 백-루프탑 콘서트>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아이맥스란 이름처럼 내 눈에 꽉 찬 스크린은 나를 그 옥상으로 데려가줬다. 노래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줬다.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린 코로나 시대,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이곳에 몰렸는지도 모르겠다.

그 전날인 11일, 내 페이스북에는 ‘○년 전 오늘’이란 이름으로 추억의 사진들이 소환됐다. 경록절 사진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핼러윈데이와 함께 ‘홍대 앞 3대 명절’로 불리는 경록절은 크라잉넛 한경록의 생일이다. 그가 2000년대 중반 생일잔치를 벌여 동료·후배 인디 음악인들에게 맥주와 치킨을 산 게 발단이다. 치킨집은 록 페스티벌 무대처럼 변하기 일쑤였다. 흥에 취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즉흥 공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김창완, 김수철, 최백호, 현진영 등 선배 가수들도 이따금 동참했다.

처음엔 작은 치킨집에서, 나중엔 큰 공연장에서 열린 경록절 축제 사진은 2020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경록절 직후 코로나가 창궐한 탓이다. 하지만 경록절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엔 ‘경록절 인 더 하우스’란 이름으로 하루 동안 무려 83팀이 온라인 공연을 펼쳤다. 올해는 9~11일 사흘간 펼친 온라인 공연에 108팀이 참여했다. 이들이 각자 집이나 연습실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미쳤다” 같은 실시간 댓글을 달았다.

경록절 온라인 공연에서 한영애와 크라잉넛이 ‘코뿔소’를 협연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경록절 온라인 공연에서 한영애와 크라잉넛이 ‘코뿔소’를 협연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10일 늦은 밤, 한영애와 크라잉넛이 ‘코뿔소’를 협연하는 무대를 봤다. “코뿔손 넘어지면 안돼/ 아무도 일으켜주질 않아/ 이 세상 모두가 남남남/…/ 일어나 코뿔소/ 모두가 남은 아니야 내가 있잖아/ 다시 해봐/ 눈을 떠라 코뿔소” 대목을 듣는 순간, 왠지 울컥했다. 그러곤 힘이 났다. 고마워서 얼마 안 되는 돈이나마 난생처음 유튜브 슈퍼챗(후원)이란 걸 해봤다.

우린 지금 넘어져도 서로 일으켜주며 고갯마루를 꾸역꾸역 넘어가는 중이다. 지난한 고통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웃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음악과 예술의 본령이다. 한경록은 12일 페이스북에 “우리 결코 음악을 멈추지 말아요. 우리의 음악은 어두운 밤을 비추는 별입니다”라고 썼다. 지금 이 시대에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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