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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성 주류화’ 전략과 성인지 예산 / 이종규

등록 2022-03-08 13:59수정 2022-03-09 02:31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빈곤, 교육, 의사결정 등 12개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를 규정한 ‘베이징 행동강령’이 채택됐다. 이 강령은 이후 ‘전세계 성평등 정책 지침서’로 불리며 여성의 권익 향상에 기여했다. 이 대회에서는 성평등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성 주류화’를 제시했다. ‘성 주류화’란 모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정책의 수혜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성 주류화’ 전략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성 주류화’ 전략의 정책적 수단에는 성별 영향 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 성인지 교육 등이 있다. 우리나라 양성평등기본법에도 이런 내용들이 규정돼 있다. 이 가운데 종종 ‘안티 페미’ 진영의 표적이 되는 것이 성인지 예산이다. ‘여성가족부가 국방 예산과 맞먹는 35조원의 양성평등 예산을 쓴다’는 식의 억지 주장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되풀이된다. 남초 커뮤니티와 정치권, 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최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숟가락을 얹었다.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어내도 북한의 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2월27일, 경북 포항 유세)

그러나 성인지 예산은 별도로 편성된 예산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사업 예산’을 뜻한다.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업 예산이라는 얘기다. 지난해의 경우 38개 중앙행정기관의 304개 사업이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분류됐다. 여성가족부에 별도로 배정된 예산이 아니므로 떼어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물론 여성만을 위한 예산도 아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인지 예산을 ‘정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제도’라고 규정한다.

이런 성격의 예산에는 올해부터 시범 실시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도 있다. 예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제도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지 예산’ 도입을 약속했다. ‘청년인지 예산’ ‘지역인지 예산’ 등도 정치권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인지’는 영어로는 ‘센시티브’(sensitive)로 표기한다. ‘세심한’ ‘민감한’ 정도의 의미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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