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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당선자 대 당선인

등록 2022-03-20 18:19수정 2022-03-21 11:32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에게 전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증. 연합뉴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에게 전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증. 연합뉴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헌법에 ‘대통령 당선자’라 분명히 나오는데도, 대통령직인수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이라면서 따로 뜻풀이까지 해놓았다. 인사청문회법도 그렇고, 공직선거법엔 아예 ‘당선인’이라는 장이 따로 있더군. 선관위에서 주는 당선증에도 다 ‘당선인’이라 적혀 있다. 이러니 논쟁적일 수밖에. 지금은 성향과 무관하게 ‘당선인’이 대세다. <한겨레>만이 근성 있게 ‘당선자’를 쓸 뿐.

나에겐 ‘당선자’가 비판적 거리감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실은 지난날부터 입에 눌어붙은 말이라 좋아하는 거겠지. 그런데 이명박씨가 집권하면서 ‘당선인’이라 써달라면서 논란이 됐다. 헌재에서 헌법대로 ‘당선자’로 쓰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선자’는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을 지칭할 뿐, 호칭으로는 ‘당선인’이라는 것. ‘자’(者)가 ‘놈 자’라 ‘대통령에 당선된 놈’이란 뜻이니 이 얼마나 불경한가.

그러나 접미사 ‘-자’에는 비하의 뜻이 없다. ‘실패자’가 비하라면 ‘승리자’도 비하일까. ‘배신자, 탈락자, 기회주의자, 성격파탄자’가 비하라면, ‘과학자, 보호자, 노동자, 유권자, 구원자’는 어쩔 텐가. 전체 낱말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따라 어감의 차이가 생길 뿐. 권력‘자’와 기‘자’, 언론‘인’이 세상 휘젓기 놀이 도구로 써서 그렇지, 말에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

‘당선자’라 쓴다고 정론직필의 기사를, ‘당선인’이라 쓴다고 곡학아세의 기사를 쓴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이 허망한 논란으로 가려지는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이기만 하다면야, ‘당선인 각하’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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