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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MB의 귀환 / 권태호

등록 2022-03-27 17:59수정 2022-03-28 02:01

데자뷔. 윤석열 인수위에 엠비(MB)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2008년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인수위는 야심 찼다. ‘실용 정부’, ‘일하는 인수위’, ‘노 홀리데이’라 했다. 윤석열 인수위 용어 그대로다. 친기업, 규제 완화를 앞세워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하라 했다. 언론은 민간기업 사장 때 겪은 ‘을의 추억’ 때문이라 했다. 윤석열 당선자도 전경련을 통해 지난 21일 경제6단체장 모임을 하고 “공무원들이 갑질 하면 바로 (내게) 전화하시라”고 했다.

전남 목포 대불공단의 전봇대 하나가 대형 트레일러 운행을 방해한다고 언급하자, 이틀 만에 전봇대가 뽑혔다. 윤 당선자는 스케일이 더 크다. 청와대 용산 이전을 한달여 만에 끝내려 한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4대강 사업 및 자원외교 복원 움직임,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등 다 똑같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 3000’과 윤 당선자의 ‘비핵·번영 한반도’ 구상은 이름까지 비슷하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의 법무비서관이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자원외교 국정조사 때는 엠비의 ‘정치적 경호원’이라 불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좌우했던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윤석열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귀환했다. 이명박 인수위의 이동관 대변인은 현재 윤석열 인수위 특별고문이다. ‘핵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부터다.

이명박 당선자는 역대 최대 표차(22.5%포인트)를 기록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역대 최소 표차(0.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는 곧바로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자유선진당, 친박연대를 합하면 185석)을 거뒀다. 윤석열 정부는 압도적인 여소야대(국민의힘 110석)다. 대선 직후, 이명박 당선자 지지율은 84%(‘국정 잘할 것’, 한국갤럽)였다. 같은 조사에서 윤 당선자는 55%로 역대 최저다. 그리고 윤석열 인수위에는 ‘합리적 보수’(정두언 박형준 곽승준 등)가 잘 안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곧바로 위기에 직면했고, 내부 권력 다툼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중도’를 표방했으나, 위기가 닥치자 ‘보수 본색’을 드러내며 민간인 사찰, 방송 장악 등으로 치달렸다. ‘엠비’를 기억하되, 답습해선 안 된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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