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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증권범죄합수단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 박용현

등록 2022-05-22 17:34수정 2022-05-23 02:51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13년 5월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합수단은 출범 100일 만에 14건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31명을 구속 기소하고 2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증권범죄 처리 시간도 5배 가까이 줄어드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2014년에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로 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소속을 옮겼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는 주가조작 사범을 철저히 응징하는 수사기구로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나 ‘흑역사’도 있었다. 2015년 합수단장이던 김형준 부장검사의 옛 검찰 동료인 박아무개 변호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합수단의 수사를 받았다. 김 부장검사는 지인이 연루된 사건임에도 스스로 기피하지 않고 수사를 지휘했다. 박 변호사는 2017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김 부장검사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공수처에 의해 기소됐다. 2016년 3~4월 두차례에 걸쳐 박 변호사한테서 93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같은해 7월 10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다. 박 변호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저승사자’가 지인에게는 ‘천사’로 둔갑했던 셈이다.

합수단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흐름 속에서 폐지되고 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가 그 기능을 이어받았다. 이듬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때는 이름을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으로 이름을 바꿔 부활했으나, 검사는 직접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 지휘와 기소,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체제였다. 정권이 바뀐 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1호 지시’로 이 협력단을 합수단으로 다시 바꿔 옛 체제를 전면 복원했다. 합수단은 지난 20일 ‘폰지 사기’ 혐의를 받는 암호화폐 루나·테라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배당받아 수사에 나섰다.

합수단 부활로 주목받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합수단이 처음 출범한 2013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가 석연치 않게 중단됐다. 합수단의 감시망을 비껴갔던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떠난 지난해에야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니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수사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 “진짜 검찰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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