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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구르인 하와귈의 눈물/ 박민희

등록 2022-05-31 14:54수정 2022-06-01 02:19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정의에 따르면, 수용소는 권력에 의한 훈육과 통제가 일상화, 집단화, 전면화된 폐쇄적 공간이다. ‘비정상’으로 낙인 찍힌 이들을 배제하거나 가두는 일은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체계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감금한 채 권력의 의지에 따라 개조하거나 강제노동에 동원하거나 특정 집단을 절멸시키려는 의도로 운영되는 수용소는 근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19세기 이후 전쟁과 독재, 소수민족과 피정복자 차별의 현장에서 수용소는 번성했다. 아우슈비츠로 가장 잘 알려진 나치 독일의 수용소, 소련 시기 강제노동 수용소인 굴라그,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한국의 삼청교육대, 미국이 테러 용의자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관타나모 수용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제 중국이 그 흐름의 선두에 섰다. 2017년부터 중국 당국이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곳곳에 ‘재교육영’ ‘직업학교’ 등의 이름으로 수용소 시설을 세우고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카자흐인들을 가둔 채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주입하고 고유한 종교와 문화, 언어, 전통을 강압적으로 지우는 동화정책을 추진해온 것은 많은 증언과 유출된 중국의 공문서 등을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지난 24일 <비비시>(BBC)와 <르몽드> <슈피겔> 등 세계 14개 언론사가 신장의 공안(경찰)에서 유출된 대량의 자료를 공동으로 분석해 보도한 내용은 무뎌졌던 사람들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신장 서부 카슈가르 근처 마을인 코너샤헤르(수푸현)의 수용소에서 2018년 1~6월 동안 수감자들을 관리한 기록들 안에는 “도망치는 수감자는 사살하라”는 고위 관리의 지시, 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채 수감자를 위협하는 경찰들, 두건을 쓰고 수갑을 찬 채 이송되는 수감자들의 사진 등 수용소 내부의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잊을 수 없는 것은 수감자 2884명의 얼굴이다. 50살 여성 하와귈 테베퀼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35살 남성 유숩 이스마일은 “민감한 국가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잡혀왔다. 근심에 찬 굳은 표정의 60살 여성 타지귈 타히르는 “불법적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73살 여성 아니한 하미트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이다. 15살 소녀 라힐러 오메르의 얼굴은 창백하고 무표정하다.

중국 당국은 이들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색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중국의 안면·음성인식 기술과 휴대폰앱을 통해 1100만명 위구르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종교 활동이나 해외 친지와의 연락은 테러 가능성의 증거가 된다. 신장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저서 <테러 자본주의>와 <수용소에서-중국의 첨단기술 유형지>에서 이 상황을 ‘테러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결합으로 해석한다. 한족 이주자들이 위구르인들을 땅에서 쫓아내고 자원을 장악함으로써 일종의 식민통치를 하고 있으며, ‘반 테러’를 내세워 1천개가 넘는 기업이 감시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윤을 얻는 ‘안보-산업 복합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공포와 막막함이 가득한 2884명 ‘인간의 얼굴’은 그 기술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를 고발한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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