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디디추싱을 이용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 온 뒤 놀란 게 많다. 서울에 맞먹거나 더 높아 보이는 물가와 집값,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빈부격차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 언론통제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코로나 방역통제도 생각보다 강도가 높았다.
중국의 단점만큼 장점도 보려 했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나 미술관에 입장할 때, 음식을 배달시킬 때 거의 100% 스마트폰을 활용해 결제나 확인이 이뤄졌다. 거리에 주차돼 있거나 운행되는 차량 열대 중 두세대는 전기차였고, 미국 회사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자동차가 비야디, 니오, 샤오펑 등 이름도 생소한 중국산 브랜드였다. 100만대에 가까운 공유자전거와 거미줄처럼 깔린 자전거도로는 인구 2천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도 자전거가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답답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생기가 느껴지는 묘한 형국이었다.
중국 경제의 활력을 몸소 체감했기에, 올해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중국 기업에 눈길이 갔다. 중국 경제를 더 배우고, 쏠쏠한 수익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중국 주식시장 대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 중국 회사의 주식을 100만원어치 정도 샀다.
하지만 ‘주식 초보’가 감당하기엔 힘든 투자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기대와 다르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주가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 보니,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은 회사 경영실적도 중요하지만 외부 변수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경제 변수를 따지는 것도 어려운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나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을 묶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 리스크 같은 경제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니 감당이 어려웠다.
사실 중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경제 외부 변수는 올 초 중국에 입국했을 때부터 직접 체험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택시보다 우버와 같은 차량호출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쓰이는데, 중국의 가장 큰 차량호출 앱인 ‘디디추싱’에 가입할 수 없었다. 중국 정부가 당국 뜻을 거스르고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 가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전방위 제재를 견디지 못한 디디추싱은 결국 지난 6월 미국 증시에서 자진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투자자들은 약 74조원의 손실을 보았다.
미국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국 회계당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올해부터 3년의 여유 기간을 주고 미국 기업들 수준으로 회계를 투명화하도록 요구했다. 공개해야 할 회계문서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퇴출당한다. 애초 미국은 중국 기업을 자국 증시로 끌어오기 위해 낮은 수준의 회계 공개를 특별 허용했는데, 이를 다시 되돌렸다. 현재 이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은 세계 최대 온라인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150여곳에 이른다. 이에 맞서 중국도 거대 석유기업인 시노펙 등 국영기업 5곳이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신호로 보였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결국 두달여 만에 약간의 손해를 본 채 중국 기업 주식을 처분했다. 최근 미-중 갈등 기사를 거의 매일 써오긴 했지만, 이번 투자 실패를 겪으며 한번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미-중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개인이 이러한데, 한국은 얼마나 조심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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