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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탐욕인플레와 치킨플레이션 / 유선희

등록 2022-09-05 09:53수정 2022-09-06 02:07

그리드플레이션. 김재욱 화백
그리드플레이션. 김재욱 화백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은 탐욕을 의미하는 ‘그리드’(gree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미국 물가가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대기업의 탐욕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등장한 용어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자,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상품 가격을 무분별하게 올렸다는 주장이다.

한국 역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상승 국면을 지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물가상승률은 5.7%로 6월(6.0%), 7월(6.3%)에 견줘 다소 둔화했지만, 서민들은 체감하기 어렵다. 폭염과 장마로 인해 채솟값이 급등한 데다 치킨(11.4%)으로 대표되는 외식 물가상승률(8.8%)이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 크다.

외식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 치킨은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외식 항목이다. “치킨은 서민”(영화 <극한직업> 속 대사)이라지만, 올해 들어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리며 ‘치킨플레이션’(치킨+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 틈을 타고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시작으로 대형마트들은 ‘반값 치킨’ 전쟁을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오픈런’까지 감행하며 열광했다.

10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때와 달리 서민들은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치킨 업계의 ‘과도한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인 비에이치시(BHC)와 비비큐(BBQ)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32.2%, 16.8%로 요식업 평균치(8%)의 2~4배에 달했다. 이 와중에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비에이치시는 지난 7월엔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60.9%나 올린 데 이어 8월엔 일부 닭고기 공급 가격까지 올려 비난을 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비에이치시가 가맹점에 튀김기름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에 관해 조사에 나섰다.

치킨 업계는 “억울하다”며 울상이지만, 밀가루·식용유 값 상승을 핑계로 서민과 가맹점주의 주머니를 터는 치킨 업계의 탐욕적 가격 인상이야말로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 싶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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