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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고구려·발해 지운 ‘동북공정 2막’과 신장위구르 / 박민희

등록 2022-09-18 11:00수정 2022-09-19 02:53

동북공정, 김재욱 화백
동북공정, 김재욱 화백

중국 국가박물관이 고구려와 발해를 고의로 지운 한국 고대사 연표를 전시해온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한·중·일 청동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중국 측이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한국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빼버린 것이다. 한국의 항의와 수정 요구에도, 박물관 측은 고구려와 발해를 명기하지 않고 연표 전체를 ‘철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동북공정’이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중국 공식 역사관에 깊이 뿌리를 내렸음을 확인하게 한 사건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이 2002년부터 진행한 동북공정은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의 역사가 중국사이고, 중국 동북지역(만주)은 한민족과 역사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이론화하려는 국책 프로젝트다. 이 내용이 알려져 한중간 외교 문제가 되자, 2004년 8월 중국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파견해 “ 중국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간다” 등의 5개 사항에 대해 합의했다. 동북공정은 2007년 공식적으로는 종료되었지만, 박물관과 유적지 안내문, 역사 교과서 등을 통해 ‘동북공정 역사관’은 계속 확산되어 왔다. 동 북공정에 대한 중국의 ‘5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변화와 ‘역사 새로 쓰기’의 큰 틀을 보아야 더 제대로 보인다.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중심은 1990년대부터 동북공정 외에도 티베트와 신장, 네이멍구 등 변경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역사공정을 시작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소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안보 불안을 느낀 중국 당국은 변경 지역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현재 중국 영토 내에서 각 민족이 이루어낸 역사적 활동은 모두 중국사이고 이 안에서 활동했던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주장을 토대로 소수민족 역사를 ‘중화민족의 역사’로 바꿔왔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벌어진 뒤에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중국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며 통제 수위를 높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몽으로 선포하고 ‘56개 민족이 단결해 중화대가정을 형성하자’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궁극적으로 소수민족은 사라지고 한족 중심으로 융합된 중화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이 구상은 신장위구르의 강제 ‘재교육’ 수용소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거대한 흐름이 계속되는 한 동북공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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