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지난달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비록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일환이었지만,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공산당은 대만에 여러 제재를 가했고, 특히 대만 주변 7개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해 지역의 긴장을 높였다. 지난 1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통과시킨 ‘대만정책법’도 미국과 중국, 대만 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지목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타깃: 대만’이라는 제목으로 대만해협의 전쟁 위험을 조명했다.
중국 당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여러 우려를 하고 있다. 첫째, 대만 문제가 더 국제화되는 것이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격렬히 반대했고, 그의 방문 일주일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이로 인해 이 문제는 전세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둘째, 이른바 ‘도미노 효과’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다른 나라 고위 인사나 미국의 영향력 있는 행정 각부 수장들이 대만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당시 “이번 방문이 다른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셋째, 민족주의가 과도하게 고양돼 사회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재 중국 온라인에는 미국과 대만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중국 주민들의 발언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중국 당국의 기존 대만정책, 특히 다음달 중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대만에 접근하는 기조가 훼손됐다. 현재 중국 당국의 반응은 매우 강렬하지만, 20차 당대회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 당국은 대만에 대해 반독립과 통일 촉진, 융합 촉진, 외부 간섭 반대 등에 중점을 둬왔는데, 이 사건 이후 반독립과 외부 간섭 반대, 즉 미국과 대만의 결합을 반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최근 군사훈련은 실전이 아니라 대만에 대한 군사적 봉쇄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1995년, 1996년 미사일 시험발사 때와는 다르다. 이전에는 대만 해역 2곳이 타깃이었는데 이번에는 7곳으로 늘었고 과거에는 미사일만 쐈지만 이번에는 미사일과 실제 군인들이 참여한 군사훈련을 병행했다. 또 과거에는 중국이 대만 영해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둘 다 넘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특성상 강력한 힘으로 곧바로 돌격하고, 상대가 반격하지 못하면 새로운 ‘원점’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내부 권력경쟁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대외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일본과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나 홍콩 문제, 대만 서남쪽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에서도 그랬다. 대만 영해에 접근하고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중국의 군사훈련이 ‘뉴노멀’을 형성하고 기정사실이 되는지 주목해야 한다.
대만은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문제가 됐고, 그 폭풍우 속에 있다. 앞서 언급한 ‘대만정책법’이 그 예인데, 대만의 안보와 군사협력, 국제 참여와 경제산업협력 등을 다루고 있다. 1979년 ‘대만관계법’ 제정 이후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전면 재정립한 법안으로,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략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목적이다. 실제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의 주권·안보·발전 등 핵심 이익이 걸려 있어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회가 순조롭게 열릴 수 있도록 안정적인 대내 환경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대만정책법에 대한 중국의 진짜 대응은 20차 당대회 이후 나올 것이다. 양안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이며 국제사회와 대만은 중국의 대만정책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하고 양안관계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