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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후 악당’ 오명 씻어낼 기회 [유레카]

등록 2022-10-05 17:01수정 2022-10-06 02:38

탈석탄법. 김재욱 화백
탈석탄법. 김재욱 화백

석탄은 지질시대의 식물이 깊은 땅속에 묻힌 뒤 오랫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 형성된 가연성 암석이다. 대부분이 탄소(C)로 이뤄져 있어 ‘탄소 덩어리’로 불린다. 석탄을 태우면 엄청난 열(에너지)이 발생한다. 석탄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이유다. 문제는 석탄이 탈 때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O)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₂)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국내 온실가스의 27%가 석탄 화력발전에서 나온다.(탈석탄 시민단체 ‘석탄을 넘어서’ 누리집) 석탄을 때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도 다량 배출된다. 석탄을 ‘더러운 에너지’라고 부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석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만큼, 기후위기 대응에서 탈석탄은 필수적인 과제다. 국제사회가 2017년 열린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탈석탄동맹’(PPCA)을 출범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30년, 나머지 국가들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현재 48개 중앙정부와 49개 지방정부가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 10월 충남도가 아시아 최초로 가입했다. 충남도에는 국내 석탄발전소(57기)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참여 제안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한국은 탈석탄 흐름에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이 외국의 관련 단체들과 함께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석탄발전 설비 증가량이 ‘석탄발전 대국’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신규 석탄발전소 3기가 가동을 시작한 탓이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이 두번째로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기후 악당’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29일 시민 5만명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해 국회 입법 논의 단계로 넘어갔다.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취소하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청원의 취지다. 시민들의 요구에 국회가 답해야 한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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