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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이폰 공장 대탈출 / 박민희

등록 2022-11-02 12:50수정 2022-11-03 02:46

대만 기업가 궈타이밍은 1988년 중국 광동성 선전에서 농민공 150명을 고용해 전자제품 조립기업인 폭스콘을 설립했다. 2003년 폭스콘은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 파워맥 G5를 하청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폭스콘의 만남은 미국 자본과 첨단 설계 기술, 대만의 하청생산 능력, 중국 저임금 노동자, 중국 정부의 통제와 이익이 만나는 글로벌 공급망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 폭스콘은 중국 내에서 100만명 넘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닌텐도, 소니, 도시바 등이 설계한 첨단디지털 기기를 하청생산하는 세계 최대 제조업 고용기업으로 성장했다. 폭스콘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정밀 제품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런 ‘속도전’의 비결은 수많은 노동자를 군대식으로 기계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2010년 선전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 18명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며 연쇄자살했다. 폭스콘은 임금이 더 저렴하고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많은 중국 내륙 정저우, 쓰촨, 타이위안 등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지난 주말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탈출에 나섰다. 20만명 넘는 노동자들이 애플 최신 휴대폰 아이폰14를 한창 생산중인 이곳에서 10월13일 코로나가 확산되었고, 공장은 ‘폐쇄 회로’ 관리를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기숙사와 공장 작업장만 오갈 수 있고 하루 2차례 코로나 검사를 받으며, 계속 아이폰을 생산해야 했다. 감염 방지를 이유로 식당은 문을 닫고 빵과 라면 등이 제공되었다. 확진자는 계속 늘었고, 격리시설이 부족해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함께 지내는 경우도 있어 감염 공포가 확산되었다. 회사 측은 부인했지만,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문도 퍼졌다.

10월29일 밤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숙사를 탈출해 공장을 둘러싼 담을 넘어 고속도로와 들판을 수십㎞씩 걸어 고향으로 향했다.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대중교통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산량만 우선시했다. 사람 목숨은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탈출한 한 노동자는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폭스콘은 11월 한달 동안 조퇴와 결근 없이 일하는 노동자에게 보너스를 대폭 인상해주겠다며 회유에 나섰다. 최신 휴대폰 아이폰14 생산의 70%를 정저우 공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흘 전 끝난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제로코로나 정책은 흔들림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상하이에서 제로코로나 철통 봉쇄를 실시했던 최고 심복 리창을 차기 총리로 내정했다. 당 대회 직전 베이징의 육교 위에서 한 시민은 ‘PCR 검사가 아닌 음식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였다. 폭스콘 노동자들도 자유와 존엄을 찾아 공장을 떠났다. 최첨단 아이폰 뒤에 감춰진,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글로벌 공급망도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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