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사건’으로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8일과 11일 구속적부심에서 모두 석방됐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용현 | 논설위원
검찰이 전 정권과 야당을 겨냥해 몰아치고 있는 최근 수사에서는 낯설고 극적인(?) 장면들이 도드라진다.
국정감사 기간에 더불어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로 밤늦게까지 검찰-야당 대치 광경이 연출됐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다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겨냥한 것인데, 김 부원장은 일주일 전 임명돼 당사 사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파일 몇개를 압수해 갔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검찰은 또다시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엔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을 겨냥한 것인데, 정 실장은 국회에서 업무를 볼 뿐 당사에는 책상도 놓여 있지 않다고 한다. 검찰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쇼’라고 반발했다. 야당 당사 압수수색 자체가 전례가 드문데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압수수색을 요란하게 벌인 탓이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영장 청구뿐 아니라 법원의 영장 발부가 적절했느냐는 질문도 던질 필요가 있다.
수사의 밀행성으로 인해 초기 수사의 정당성이나 방식의 적절성을 외부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살펴보고 강제수사 필요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영장 심사가 중요하다. 압수수색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법원이다.
그런데 최근 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원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의 당사 근무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영장을 내주었는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영장의 야간 집행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여러 의문이 생긴다. 단순한 사실관계가 틀린 영장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장에는 정 실장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이었다고 적시됐는데,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자가 배제되는 영장 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법원을 오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체포·구속영장에서는 법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핵심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공권력이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본질적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구속=유죄’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인신 구속이 수사 편의나 여론몰이의 방편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소환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소환 불응 우려’를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통상 몇차례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 체포영장을 활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었다. 수사 편의와 기본권 보호를 저울질했을 때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려 했으나 이번엔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서해 사건’에서는 반전이 거듭됐다. 애초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속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후 구속적부심에서 이들은 모두 석방됐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와는 반대로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해 사건은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현 정부의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등 구체적 진상부터 모호하다. 사건의 성격상 형사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민감한 안보정책 영역이기도 하다. 구속영장 발부에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지금은 원론적 차원을 넘어 법원의 역할을 더욱 강조해야 할 특수한 국면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해 검찰 직할체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지지부진한 반면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수사만 급발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검찰 수사에 원칙적인 통제를 하지 못하고 소극적 방조자 노릇에 그친다면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법권의 담지자로서 법원은 형사사법체계가 흠결 없이 작동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게 할 책무가 있다. 그것은 법원의 신뢰·권위와도 직결되는 일이다. 지금 법원이 검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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