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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과 ‘딥스로트’/ 정혁준

등록 2022-12-25 17:12수정 2022-12-25 18:38

올해는 워터게이트 스캔들 50주년이었다. 이 스캔들은 1972년 6월17일 미국 워싱턴디시(DC)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침입 사건이 발단이었다. 처음엔 단순 절도 사건으로 보였지만, <워싱턴 포스트> 풋내기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 탐사취재에 들어가며 전환점을 맞는다. 그해 11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49개 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하지만, 두 기자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집요하게 특종 보도를 이어가자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권력형 사건으로 불거지게 된다. 결국 1974년 8월 닉슨의 사임으로 끝을 맺는다.

우드워드와 번스틴은 1974년 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을 펴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앨런 제이 퍼쿨라가 감독을 맡고 로버트 레드퍼드(우드워드 역)와 더스틴 호프먼(번스틴 역)이 주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가 1976년 제작됐다. 영화에서 제보자로 불린 ‘딥스로트’(해럴드 홀브룩)의 무게감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현실에서 우드워드는 계속 취재가 막히자, 그 이유가 미국 주요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껴 책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실제는 약간 다르다. 권력 중심부에 있던 내부 제보자의 도움이 컸다. 제보자 ‘딥스로트’는 2005년 세상에 드러났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2인자였던 마크 펠트 부국장이었다. 그가 입을 연 것에는 인사 불만과 공익 제보라는 상반된 의견이 있지만, 탐사보도 과정에서 그의 역할은 컸다. 닉슨이 결정적으로 하야하게 된 계기는, 닉슨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미 연방수사국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하려는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였다. 어찌 보면 모든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사람’은 아니었던 셈이다.

올해가 다 끝나가는 이맘때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 떠오른 건, 50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앞으로 한국에서 일어날 전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의 보도에 검찰·경찰·국세청 등 우리나라 권력기관 역시 ‘대통령의 사람들’ 같은 행보를 보여서다. 권력을 감시하려는 기자들은 주눅 들지 말길 바란다. 어디에서든 ‘딥스로트’ 같은 공익 제보자는 있었으니까.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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