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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바둑AI 시대의 명암, ‘리쉬안하오 논란’

등록 2022-12-27 18:04수정 2022-12-27 18:56

신진서와 리쉬안하오. 김재욱 화백
신진서와 리쉬안하오. 김재욱 화백

2016년 알파고 등장 이래 바둑 인공지능(AI)은 ‘신의 자리’에 올라섰다.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는 바둑의 수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승리 확률이 계산된다.

세계 최정상급의 한·중·일 프로기사들에게 인공지능은 교본이다.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프로선수들은 인공지능을 학습하고 인공지능으로 훈련한다. 인공지능식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이른바 과거 바둑의 정석은 설 자리를 잃었다. 초반 50수까지는 인공지능 정석으로 판이 짜이는 게 일반적이다. 중반부터 변화의 가능성은 커지지만, 인공지능 패턴을 잘 익힌 기사들이 주도하게 된다.

최근 한국 1위 신진서 9단이 국제기전인 춘란배 4강전에서 중국 2위 리쉬안하오(李軒豪) 9단에게 진 뒤 인공지능 치팅 논란이 일고 있다. 신진서는 ‘신공지능’, 리쉬안하오는 이름자를 따 ‘헌공지능’으로 불리는 등 둘은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바둑을 구사한다.

하지만 올해 중국에서 첫 타이틀(2승)을 따낸 27살의 리쉬안하오가 세계 최강의 신진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이기자, 중국의 양딩신 9단이 리쉬안하오를 저격했다. 춘란배 8강전에서 리쉬안하오에게 졌던 양딩신은 “모든 신호가 차단된 대국장에서 20번기를 두자”고 제안하는 등 리쉬안하오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과 중국의 프로기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커제 등 중국의 최상위권 기사들이 양딩신의 에스엔에스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과 85%의 일치율을 보이는 리쉬안하오의 수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기사가 적지 않다.

반대로 인터넷 대국도 하지 않고, 홀로 인공지능만 파는 ‘외곬의’ 천재 선수가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프로기사는 “리쉬안하오는 인공지능 한우물만 파는 기사다. 인공지능 패턴을 익히면서 ‘깨달음’을 얻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인공지능식 시선, 인공지능식 발상으로 바둑을 둔다는 것이다.

늦깎이 리쉬안하오는 올해 9단으로 승단했고 조만간 1위 커제의 자리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부정행위로 정점에 올랐다면 비극이고, 깊은 연구로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면 앞으로 ‘리쉬안하오의 길’이 대세가 될 것이다. 어떤 경우건 바둑이 ‘인공지능 손바닥’ 안에서 더 포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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