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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칼럼 거부 기준은 무엇인가

등록 2023-01-01 19:00수정 2023-09-21 18:12

열린편집위원의 눈
한겨레 사옥.
한겨레 사옥.

김준일 | ​뉴스톱 대표

12월 초 <한겨레>가 고정 칼럼니스트였던 작가 한지원씨의 칼럼을 거부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 이슈를 양비론적 관점에서 다룬 글이었습니다. 단순히 양비론이어서 문제가 된 것은 아닙니다. 이순혁 한겨레 오피니언부장은 “칼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팩트 확인이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한 글을 써 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시장 수요공급 논리로 최저임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겨레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한겨레의 칼럼 논란은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6월엔 한겨레 고정 필진이었던 김우재 하얼빈공대 교수가 칼럼 수정 요청을 받자 11년간 이어지던 칼럼 기고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을 높이 평가하고 정의당과 민주당, 그리고 일부 젊은 여성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겨레는 “글 수정 요청을 비롯한 게이트키핑은 일상적인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음모론 칼럼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2021년 3월 김우재 교수는 ‘목수정의 반계몽주의’라는 칼럼을 통해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정확한 내용을 주장한 목수정 작가를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세상일을 알려 할 때 그걸 방해하는 논리’라는 목 작가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글에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됐거나 음모론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2019년에는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다룬 법조 출입 강희철 기자의 ‘강희철의 법조외전’ 칼럼이 일방적으로 삭제되어 한겨레 젊은 기자들이 편집국장 사퇴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칼럼 게재 여부는 언론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중요한 것은 위의 사례들을 쭉 봐도 한겨레의 칼럼 게재와 거부 원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칼럼의 팩트가 틀려서 안 싣는다고 했는데, 팩트를 확인 안 하고 그냥 실은 칼럼도 있습니다. 글의 수준이 떨어져서,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해서, 회사의 지향점과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를 대는데 그때그때 기준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고의 언론으로 평가받는 <뉴욕 타임스>도 칼럼으로 여러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2006년에는 여성 회원 가입을 불허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 클럽에 항의하기 위해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뉴욕 타임스 사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에 배치되는 기자 칼럼 두 건이 올라오자 보류했는데 이 사실이 드러나자 큰 비판을 받았고 뒤늦게 게재를 했습니다. 반대로 2017년에 뉴욕 타임스는 기후변화이론의 ‘오류 가능성’을 주장한 칼럼을 실었다가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다른 견해도 존중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나 한겨레 같은 진보 언론에서 칼럼 게재 이슈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부담,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 때문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한겨레가 원칙을 세우는 겁니다. 그래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종차별 등 혐오표현, 명백한 과학적 오류, 명예훼손적 표현 등을 제외하면 모든 종류의 칼럼이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원 작가가 제기한 문화방송 전용기 탑승 거부와 안전운임제에 대한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싣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도록 하라’는 <아레오파지티카>의 존 밀턴의 주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8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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