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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석기의 과학풍경]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과학

등록 2023-01-03 18:51수정 2023-01-03 19:30

지난 연말 학술지 <사이언스>의 올해의 과학 성과 후보의 하나로 다년생 벼 품종 개발이 뽑혔다. 일년생인 재배 벼(아시아벼. a)와 다년생인 아프리카 야생 벼(b) 사이에서 나온 잡종을 개량한 다년생 재배 벼는 벼베기한 뒤에도 새 줄기가 올라와(c) 이삭이 열린다(d). <네이처 지속가능성> 제공
지난 연말 학술지 <사이언스>의 올해의 과학 성과 후보의 하나로 다년생 벼 품종 개발이 뽑혔다. 일년생인 재배 벼(아시아벼. a)와 다년생인 아프리카 야생 벼(b) 사이에서 나온 잡종을 개량한 다년생 재배 벼는 벼베기한 뒤에도 새 줄기가 올라와(c) 이삭이 열린다(d). <네이처 지속가능성>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학술지 <사이언스>는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과학 성과’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때 후보 아홉가지도 함께 발표해 종종 ‘10대 과학 성과’로 불린다. 지난해에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밝힌 우주의 비밀이 올해의 과학 성과로 뽑혔다. 초대형 프로젝트로 제대로 가동하기만 하면 놀라운 우주 이미지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었기에 어찌 보면 예상한 결과다.

후보 아홉가지 가운데서는 두개가 다소 뜻밖이었다. 하나는 지난해 8월 통과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과학 연구가 아닌 정책이 선정된 건,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리라. 국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이 부각됐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기준으로 40%나 줄이기 위한 각종 조치를 담고 있다.

다음은 다년생 벼 개발이다. 봄에 모내기하고 가을에 벼베기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벼는 일년생 작물이다. 그렇다면 다년생 벼는 과일나무에서 과일을 따듯 식물체는 놔두고 낟알만 걷어가는 것일까.

지구촌에 분포하는 벼 20여종 대부분 야생이고 두가지 종만 작물화됐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벼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아프리카벼로 둘 다 일년생이다. 그런데 야생 벼 가운데 몇종은 다년생으로 가뭄이나 추위로 지상부가 말라도 지하부에 뿌리줄기가 있어 식물체가 죽지 않고 버티다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자란다.

과학자들은 수십년 전 일년생 재배 벼와 다년생 야생 벼를 교배해 다년생 재배 벼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벼를 베도 죽지 않고 아래 뿌리줄기에서 또 줄기가 자라 이삭이 열리므로 재배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큰비로 토양이나 영양분이 유실될 위험성도 낮아지므로 지속가능한 농업에 다가갈 수 있다.

1996년 중국과 타이 과학자들은 아시아벼 타이 재배 품종과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다년생 야생종을 교배해 잡종 자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자체는 작물로서 특성이 부계인 아시아벼보다 한참 떨어졌지만, 그 뒤 20년 가까이 수많은 교배와 선별을 거쳐 다년생이면서도 양과 질에서 기존 재배 벼에 뒤지지 않는 품종 개발에 성공해 2018년부터 소농을 대상으로 상업재배에 들어갔다.

추적 연구 결과, 다년생 품종은 4년까지 수확량을 유지해 1년에 두번 수확하는 남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번 심으면 여덟번 수확할 수 있었다. 벼농사에 들어가는 노동력 58%, 비용 49%를 절감했고 토양에 축적되는 유기탄소와 질소도 늘어났다. 토양의 산성화도 억제됐고, 물을 머금는 능력도 향상됐다. 이렇다 보니 다년생 잡종 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이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리고 불과 한달 만에 올해의 과학 성과 후보로 오른 이유다. 물론 그 배경에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지구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성이 과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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