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덴마크·네덜란드….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복지국가’다. 국민소득과 삶의 질이 매우 높고 정치도 안정돼 있는 나라들로 꼽힌다.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민주주의 지수’(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와 ‘부패인식 지수’(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국회의원 선거에 ‘100% 비례대표제’를 적용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나라들에는 한국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같은 개념이 없다. 중대선거구 또는 전국 단일 선거구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스웨덴을 예로 들면, 전국을 29개 중대선거구로 나눠 한 곳당 2~34명(총 310명)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이른바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이와 별도로 39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전국 단일 선거구) 배분한다. 이 39석은 정당별 전국 득표율과 실제 얻은 의석 비율의 불일치를 보정하는 데 활용된다. ‘조정 의석’이라고도 불린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온전히 반영되는 구조다.
한국 유권자들은 선거구별로 1위 득표자만 당선되는 선거(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에 익숙하다. 전체 의석 300석 중 253석을 이런 방식으로 뽑는다.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후보가 여럿일 경우 30~40%대 득표율로도 당선이 가능하다. 나머지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 비례성이 취약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사이에선 비례대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펴낸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00%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23곳(하원 기준)에 이른다. 다수대표·비례대표 혼합제가 한국을 포함해 8곳이고,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5곳에 불과하다. 혼합제를 채택한 나라 중에서도 한국은 비례대표 의원 비율(15.7%)이 턱없이 낮다. 독일은 다수대표와 비례대표 의원 수가 같고, 이탈리아는 오히려 비례대표가 훨씬 많다. 비례대표 비율이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일본도 37.9%에 이른다. 유엔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상위 10위 안에 든 나라 중 9곳이 100% 비례대표제 국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여야 의원 70여명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꾸리는 등 선거제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가 2019년 말 어렵사리 마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연동률이 50%밖에 안 되고 적용 의석도 30석에 그쳐 ‘반쪽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마저도 위성정당 꼼수로 사실상 형해화했다. 이번엔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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