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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생이 너무 달콤해질 때, 비만이 늘어난다

등록 2023-02-12 18:34수정 2023-02-13 18:18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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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티모 플렉켄슈타인 | 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1999년 제이미 올리버의 첫 프로그램 <벌거벗은 셰프>가 영국에서 방송됐을 때 그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요리가 쉬워 보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형적으로 남성스러운” 접근으로 요리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을 촉발했다. 하지만 이 유명 셰프의 영향력은 부엌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영향력 있는 사회운동가가 됐다. 2005년에 시작된 ‘좋은 것을 먹게 해주세요’(Feed Me Better) 캠페인은 정크 푸드 문제를 다루며 건강한 학교 급식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이 캠페인은 마침내 정부의 지지를 끌어냈고 그는 2005년 ‘올해의 가장 인상적인 정치인’으로 뽑혔다.

그는 또 자선식당을 설립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외식업계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훈련을 제공했다. 제이미 올리버는 자신이 쌓아온 경력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고 명성을 활용해 자신의 신념을 펼쳐왔다. 최근 그는 탄산음료에 매긴 설탕세로 거둔 수입으로, 정부 복지급여를 받는 빈곤가구의 아동이지만 학교 무상급식 혜택에서는 제외된 약 80만명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고 보수당 정부에 촉구했다.

이 일은 설탕세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올렸다. 당분이 첨가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던 보수당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도 이를 지지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여전히 재임 중이었다면 설탕세를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 보수당 정부가 정크 푸드 광고 금지 정책의 시행을 미룬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오즈번 전 장관의 우려는 옳다. 한 건강 관련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성인 3명 가운데 약 2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이는 이미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시한폭탄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분이 첨가된 음료 소비와 비만을 줄이기 위한 설탕세 도입을 지지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오직 10개 나라만이 설탕세를 도입한 상태다. 이 세금 도입을 지지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특히 식음료 산업계는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정부와 입법자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까? 한국에서도 과체중과 비만이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 남성 2명 중 1명(48%)은 너무 뚱뚱했다. 특히 30대 남성은 58.2%가 비만으로 크게 우려할 일이다. 여성의 과체중과 비만은 27.7%로 훨씬 낮지만, 이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이고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신체 활동의 감소가 최근 과체중, 비만 급증의 원인이지만, 통계를 보면 과체중과 비만이 장기적으로 지속해온 추세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누구도 설탕세가 ‘마법 지팡이’라고 가장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예컨대 스포츠 장려와 음주문제 등을 다룬 건강 교육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가 과체중과 비만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분이 첨가된 음료와 음식 소비를 줄이고 더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당분이 첨가된 정도에 따라 차등적인 세율을 적용한 설탕세는, 기업들이 시리얼에 든 당분을 줄이는 등 제품을 개선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보건서비스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비만이 압력을 가중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유명인들의 주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는 않다. 정치인들도 더 나은 지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기 없는 선택을 위해 유권자를 준비시키고 업계의 압력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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