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한병에 20만원 넘는 국산 위스키를 사겠다고 이틀씩 밤샘하는 ‘오픈런’ 줄이 생겨났다. 이달 초 출시된 국산 한정판 위스키 276병 가운데 38병을 판매한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위스키 12병을 추첨으로 파는 다른 편의점 행사엔 1만2천여명이 몰렸다.
발베니, 매캘란 등 외국산 희소 위스키를 사려는 오픈런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소비 주도층은 20~30대로 바뀌었다. 편의점 지에스(GS)25의 지난해 위스키 판매량 중 39.6%는 20대가, 43.3%는 30대가 사 갔다. 씨유(CU)도 20대(25.3%)와 30대(28.0%)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다. 덩달아 위스키 수입도 늘었다. 2021년 1만5661톤이던 수입량은 2022년 2만7038톤으로 72% 넘게 증가했다.(관세청) 액수도 3천억원이 넘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스키는 ‘올드’한 술이다. 기원이 고대 켈트족에 다다른다. 먼 옛날 연금술사들이 실수로 만든 증류주 ‘아쿠아비테’(Aqua-Vitae, 생명의 물)의 켈트어 직역 ‘위주베다’(Uisage-Beatha)가 ‘위스키’(Usky)로 변천한 뒤 19세기 후반부터 ‘Whisky’ 또는 ‘Whiskey’로 혼용되고 있다.(김준철, <양주 이야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스카치위스키)는 ‘조세회피’의 우연한 산물이다. 18세기 초 스코틀랜드를 합병한 잉글랜드가 ‘맥아(보리)세’를 무겁게 매기자 양조업자들은 다른 곡류를 섞거나 하일랜드 산간지방에 숨어 술을 담갔다. 이때 토탄(피트)을 연료로 쓰고 스페인산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술을 보관한 것이 향미를 더하는 ‘신의 한수’가 됐다. 1823년 밀주 양성화 이후 1호 면허를 받은 조지 스미스의 ‘글렌리벳’은 오늘날도 건재하다. 글렌리벳, 매캘란처럼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싱글몰트’는 순수 몰트(맥아)만 사용한 술을 일컫는다. 위스키라는 명칭을 쓰려면 최소 3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해야 한다.
2030의 위스키 열풍은 몇가지 키워드로 설명된다. 혼술·홈술 문화의 정착과 함께 불황기를 보내는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자랑할 소장품 또는 사진거리, 재테크 수단이 그것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위스키는 빈 병조차 돈이 된다.
강희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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