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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공항에 총알을 가져가는 사람들

등록 2023-03-29 15:02수정 2023-03-30 09:51

2018년 10월25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타이인 여성이 실탄 다섯발이 든 기내용 여행가방을 들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적발됐다. 세발을 넘은 까닭에 폭발물처리반이 와서 수거했다. 이 여성은 입국 때도 같은 여행가방을 들고 왔다고 했다. 가방에 실탄이 들어 있는지 몰랐고, 경찰관으로 일하는 남편이 넣어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6월9일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려던 제주항공 여객기 기장이 비행기 탑승 전 보안검색을 받는데, 가방에서 권총 탄알이 나왔다. 기장은 공항경찰대로 넘겨졌다. 이틀 전, 사흘 전에도 같은 가방을 갖고 비행기를 탔던 기장은 “가방 안에 실탄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항공기 안에서는 총기나 총기 부품, 실탄, 장난감총 등 모든 총기류의 소지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그걸 갖고 탔거나 타려다 적발되는 일이 꽤 흔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20년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보안검색 과정에서 실탄류가 1329건이나 적발됐다. 공기권총 실탄이나 활성탄을 포함한 수치다. 2020년 초부터 2022년 8월까지 실탄류가 적발된 건수도 300건에 이른다. 많은 경우 승객이 무심코 휴대한 채 탑승한 것이다. 개인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에서 출발한 것이 많다.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마닐라로 가려던 항공기 안에서 권총 탄알 두발이 발견됐다. 항공기는 터미널로 돌아왔다. 공항경찰 조사 결과, 70대 미국인 남성의 수하물 가방에 실탄 세발이 들어 있었던 게 포착됐다. 기내에서 총알이 나온 이번 사건은 불똥이 크게 튀었다.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 대처가 적절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 자회사 소속 보안검색원을 형사 입건했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2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현안을 정리한 뒤 용퇴하겠다’고 밝히고, 다음날 4월28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8일 말했다. 그는 “실탄이 나온 이후 국토부 장관 보고나 의전에서 배제됐다”며 “(내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임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차관을 역임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전 정권 시절 임명한 공공기관장을 교체하고 싶었던 정부를 마침 총알이 도와준 것인가.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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