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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주검 기증/김종철

등록 2006-03-14 17:30수정 2006-03-14 17:31

유레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설파한 공리주의 이론을 완성한 제러미 벤덤(1748~1832)은 영국 역사상 최초로 인종과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입학을 허용한 런던대학교의 정신적 설립자로 불린다. 대학 설립 때(1826) 그는 이미 78살로 실질적인 구실을 하지는 못했지만, 교육의 문호는 누구에게나 열려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따라 제자들이 학교를 만들어 운영했기 때문이다. 당시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은 재력가와 영국 국교도로 입학 자격을 제한했다.

벤덤은 죽어서도 공리주의를 실천했다. 그는 “인류가 얼마간의 작은 이득을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주검을 의과대학 해부용으로 기증했다. 해부실습이 이뤄진 ‘그’는 살아있는 모습(Auto Icon)으로 ‘부활’해 지금도 런던대에 전시돼 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뼈대에 밀집을 채워넣어 만든 몸체에 밀랍으로 만든 가짜 머리를 얹어 평소 입던 옷을 입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검을 기증한 분은 독립운동가 오근호 선생이다. 감옥에서 얻은 병으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929년 29살에 숨지면서 육신을 기증했다.

최근 인식이 바뀜에 따라 장기기증뿐 아니라 ‘시신기증’이 차츰 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주검을 기증한 분은 모두 1019명에 이르며, 지난 한해에만 13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특히 서울 유명대학의 경우에는 기증자가 넘치지만, 지방 의대는 외국에서 실습용 주검을 수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다비식 대신에 주검을 기증해 감동을 준 바 있다. 며칠 전 숨진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주검 기증도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게 한다. 의대생들의 손에서 인술로 부활할 그의 웃음이 눈에 선하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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