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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포‘골병’라인과 푸시맨의 추억 [유레카]

등록 2023-04-16 13:33수정 2023-04-17 02:39

2019년 9월 개통된 김포도시철도는 ‘풍요로운 김포 평야의 황금들녘’의 이미지를 표방해 차량 색상을 황금색으로 정하고, 노선 이름도 ‘김포골드라인’으로 정했다. 김포시 양촌읍의 양촌역에서 김포 시가지를 관통해 김포공항역까지 23.6km 구간을 32분에 달린다. 김포공항역에선 서울지하철 9·5호선, 공항철도 등을 이용해 1시간 안에 서울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다. 골드라인의 이름에는 ‘황금노선’이라는 자부심도 담겨있는 셈이다.

김포골드라인의 승객정원은 172명이지만 출근시간대에는 줄잡아 400여명이 객차 안에 들어찬다. 혼잡도는 최대 285%로 서울 지하철 최대 혼잡구간이라는 도시철도 9호선 노량진~동작역 구간의 혼잡율(185%)을 훨씬 웃돈다. 김포골드라인은 원래 9호선 연장 노선으로 추진됐으나 경제적 타당성 문제로 무산됐고, 김포시는 경전철로 사업방향을 틀면서도 자체 추진 입장을 고수했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고, 조속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전동차는 애초 계획했던 4량 대신 2량의 ‘꼬마열차’로 결정됐다. 역사 승강장도 2량짜리 전동차에 맞춰 건설되면서 객차를 추가로 연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김포골드라인을 계획하던 2012년 김포 인구는 29만명 남짓이었지만, 대규모 택지사업 등의 영향으로 올해 3월 현재 48만4000여명에 이른다. 70만명까지 늘어난다는 전망도 있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48번 국도 정체가 심각해 버스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결국 교통망 대책도 없이 신도시부터 조성한 정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경전철 사업을 밀어붙인 김포시의 무책임 등이 ‘지옥철’로 귀결된 셈이다.

지난 11일 아침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와 30대 여성 2명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에도 한 여성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지기도 했다. 잦은 고장으로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김포골드라인이 아니라 김포‘골병’라인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14일 혼잡시간대 탑승을 제한하는 ‘커팅맨’ 배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1980~90년대 주요 지하철역에서 승객들을 객차 안으로 밀어넣던 ‘푸시맨’이 진화한 셈인데, 시민들의 출근길 풍경은 그 시절에 멈춰 있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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