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외교 잭팟 터진다’ ‘영업왕 윤, 방미 이틀 만에 8조 세일즈 쾌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첫날부터 언론은 투자 유치 성과를 알리는 팡파르를 울렸다. 4년간 2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넷플릭스에 이어,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6개 미국 기업 19억달러, 소재기업 코닝으로부터 5년간 15억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대통령실은 기업별 투자 내용은 적시하지 않고 뭉뚱그려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의 상당수가 이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거나 국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는 2025년까지 경기도 부천에 1조4천억원을 투자해 실리콘카바이드(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지난해 7월 밝힌 바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부천 온세미 본사에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장 착공식까지 했다. 에어프로덕츠는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경기도 용인시에 산업용 가스시설을 설립한다고 2021년 4월 발표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사장이 경기도청에서 투자협약서에 공동 서명했다.
한국 기업이 최대주주이거나 지분 투자한 기업들도 리스트에 있다. 수소전문기업 플러그파워는 2021년 에스케이(SK)그룹이 1조6천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 회사다. 지난해 합작법인 에스케이플러그하이버스를 설립하고 수소사업 국산화에 힘쓰고 있는 사실상 한국 회사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도 에스케이지오센트릭이 2022년 3월 68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회사다.
코닝은 1972년 국내에 진출하여 서울과 아산 등 국내 4곳에서 수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엠피(EMP)벨스타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인데, 한국초저온이란 회사를 세워 인천, 평택, 부산 등에서 다수의 초저온 물류시설을 운영 중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작품 15편을 제작했던 2021년 5500억원을 투자했는데, 2022년 25편, 2023년 34편으로 해마다 10편가량씩 늘려가는 중이어서 4년으로 치면 대통령실이 홍보한 수치와 비슷해질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에 하던 사업을 계속하는 것도 대통령이 유치한 투자인가?
전임 대통령들도 이렇게 재탕삼탕으로 모아서 발표했다고 해서 현 정부의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매번 검증 없이 부풀리는 언론이 더 문제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