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평균’을 기준 삼아 살아간다. 태어난 순간부터 키, 몸무게, 발달지수 등이 평균의 범위에 드는지를 따진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능, 성적, 성취도 등이 평균에 가깝다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직장, 연봉, 승진 등이 평균에 가까우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균이라는 말은 ‘정규분포 곡선의 중앙’을 의미한다. 어떤 집단의 정규분포는 완만한 종 모양의 분포를 이루는데 그 가운데에 평균이 있고, 평균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계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이 정규분포를 ‘기본값’으로 여긴다. 그래서 평균에 속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평균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뜻이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평균의 시대’도 끝나가는 모양새다. 2023년 키워드 중 하나가 ‘평균실종’이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초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은 “우리는 평균의 삶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으며, 경제·사회·정치·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양극화·엔(N)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최근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바로 ‘소비’라 할 수 있다. 특급호텔에서는 한 그릇에 10만원이 넘는 망고빙수가 불티나게 팔린다는데, 편의점에서는 3000원짜리 가성비 도시락이 동난다. 1만원짜리 외식 메뉴가 사라졌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명품 팝업 레스토랑에선 1인당 70만원짜리 주말 식사 예약이 꽉 찬다. 소비를 고백하고 욕을 먹는 ‘거지방’이 인기라는데, 황금연휴가 낀 5월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지난해에 견줘 3000%가 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사실, 평균실종이 꼭 양극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엔극화’도 포함된다. 개인의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N명의 고객을 위한 N개의 취향’을 모토로 ‘나만의 향수’ ‘나만의 도마’ 등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주는 업체가 성업 중인 이유다.
평균실종은 결국 보편성의 종말이다. 그 궁극이 양극화일지 엔극화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평균실종의 시대가 불평등과 차별이 아닌 다양성과 개성의 시대이기를 바랄 뿐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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