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단체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박수혁 | 충청강원데스크
6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법 시행으로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난다. 조선 태조 4년 이후 628년 만에 ‘강원도’란 명칭이 사라진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은 세번째 특별광역자치단체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법은 현재 설치 근거와 지원위원회 구성 등 23개 조항에 불과하다. ‘깡통 법안’ 혹은 ‘무늬만 특별자치도’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에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태 강원도정과 협의해 지난 2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을 두고 환경단체 쪽에선 ‘강원도난개발법’,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공멸로 가는 지름길’ 등과 같은 날 선 비판을 제기한다.
왜일까? 개정안은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가 환경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상수원보호구역 상류 지역에 폐수 배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백두대간 보호지역 행위제한과 환경영향평가 등과 같은 권한을 도지사에게 넘기도록 했다.
이에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강과 낙동강 상류인 강원도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이 설립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한강·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시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태백산맥 등 주요 산줄기가 있는 강원도에 산지 관련 권한 등이 이양되면 국토 주요 산림생태축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권한까지 넘기는 것은 국가가 국토환경의 훼손과 파괴를 묵인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쪽도 부정적이다. 국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환경부는 ‘특정 방법으로 폐수를 처리하더라도 상수원은 무단 방류, 화재, 공정 누출 등으로 오염될 우려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 또 지역 간 갈등도 우려된다. 국가 차원의 수질 관리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역적 관점을 우선하는 지자체가 협의 권한을 가지면 국가 차원의 환경용량과 지역 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협의가 어려워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산림청 또한 “산림생태계의 건강성과 경관, 공익적 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원도는 지난 22일 주민 1000여명과 함께 국회를 찾아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17일 ‘분권과 개발은 환경을 파괴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에 대한 폄훼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통제하면 환경이 보호되고, 지방정부가 통제하면 환경이 파괴되냐. 이런 주장은 지방자치제를 전면 부정하는 논리다. 설악산 케이블카 하나 놓는 데 41년 걸렸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자는 것이 강원특별자치도”라는 태도다.
하지만 의문이 꼬리를 문다. 환경·산림 분야 등 각종 권한을 국가에서 넘겨받아 상수원 상류에도 공장을 짓고,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국립공원 이곳저곳을 개발하면 강원도가 ‘특별’해지는 걸까? 강원도에서 벌어질 각종 개발과 기업활동의 자유 확대가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혹여 막강한 권한을 넘겨받은 ‘강원도의 자유’가 제2의 알펜시아·레고랜드 사태를 불러오지는 않을까?
더구나 지난해 12월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도 2026년까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충북과 경북, 경남 등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해 특별자치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별’이 붙지 않은 곳이 더 특별하게 보일 정도다.
이름에 ‘특별’이 있건 없건 강원도의 특별함은 녹색과 평화에서 나온다. 하지만 개발과 기업활동의 자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지금의 개정안은 되레 강원도의 녹색과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일인 6월11일에 얽매이지 말고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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