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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기시다 광폭외교’에서 윤 대통령이 배워야 할 것

등록 2023-06-06 11:48수정 2023-06-07 02:38

지난 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지(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사이에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지(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사이에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희 | 논설위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대만 관련 질문에 대해서만 준비된 자료를 조심스럽게 읽었다고 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는 답변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대해 얼마나 신중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시도”가 긴장의 원인이라며, 중국-대만 관계를 남북한에 비교한 여진이 지금도 한중관계를 짓누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의 외교가 주목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12~2017년 전후 일본의 최장수 외무상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도했던 외교 전문가다. 2021년 10월 총리가 된 뒤엔 ‘새 시대를 위한 현실주의 외교’를 내걸고 군비 강화를 가속화하면서 일본을 미국 글로벌 전략의 핵심축으로 만들었다.

한일관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거듭된 양보를 받아냈고, 5월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높였다.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을 중심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인도,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을 묶는 넓고 촘촘한 그물망을 짜낸 광폭외교다. 지난달 27일에는 북한을 향해서도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대화 신호를 보내며 ‘한반도 상황 관리자’ 역할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전세계 주요 투자자들과 반도체 기업 등이 잇따라 일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미-중 갈등에서 일본이 큰 반사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신호다.

기시다 외교의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중국과의 ‘주고 받기’ 외교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와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자며 중국 견제에 앞장서는 듯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외교장관 회담과 의원 외교 등을 통해 중국과 협상을 해왔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초점은 기시다 총리가 언제 중국을 방문하느냐”라면서 “G7 정상회담 이후 일본과 미국은 지금 어느 쪽이 먼저 중국에 가서 더 큰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최근 미국도 국가안보보좌관부터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잇따라 중국과 접촉하면서, 중국과 협상 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을 비롯해 호주, 유럽 국가들이 안보와 인권 등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 뒤, 지금은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자율권’을 확대해가고 있는 국면이라고 분석한다. “호주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 핵잠수함 기술 등을 확보한 다음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해 가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경쟁은 장기간 지속될 ‘롱 게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요국들은 중국과 압박, 협상, 거래를 통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이런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이 한국 외교다. 미국·일본에만 힘을 쏟아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는 중국에 대한 전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은 “한중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반기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중국과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충성 증명’처럼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한중관계의 긴장만 높여왔다. 그 후폭풍 속에, 지난달 22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서울에 와서 윤석열 정부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고,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고위급 교류나 한반도 문제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4불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관계를 중국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압박에 흔들리지 않되, 한국의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중국과 더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미-중 ‘반도체 전쟁’과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의 대책, 15개월 연속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한국은 중국과 어떤 외교를 하고 있는가. 한국이 이뤄야 할 목표와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고민 없이, 미국의 장단에 따라 중국에 맞서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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