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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반도체 전쟁과 도시바의 와신상담

등록 2023-06-13 15:12수정 2023-06-13 18:52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2022년) 세계 2위(18.9%)인 키옥시아(KIOXIA·일본)와 4위(12.7%) 웨스턴디지털(WD·미국)의 합병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둘이 합치면 1위 삼성전자(33.3%)를 위협하고 3위 에스케이하이닉스(18.3%)를 가뿐히 따돌리게 된다. 공교롭게도 일본과 미국이 힘을 합쳐 한국을 조여오는 모양새다.

키옥시아는 지금 2위 자리를 놓고 하이닉스와 다투는 신세지만, 화려한 역사와 기술력을 가진 전통의 강호다. 이 회사의 뿌리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198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도시바다. 도시바는 지금도 키옥시아 지분 40.6%를 갖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아니다. 최대주주(지분 55.9%)는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인데, 이 컨소시엄은 한국의 하이닉스와 일본 경제산업성 민관펀드 등도 참여한 복잡한 구조의 한-미-일 복합체다. 도시바는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중부 욧카이치에서 공동 운영 중인 플래시 메모리 칩 공장에 929억엔(약 8600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도시바는 1970~80년대 일본 반도체 5공주(도시바·미쓰비시·엔이시·후지쓰·히타치)로 불리며, 1980년 NOR형 메모리를 개발해 플래시 메모리 시대를 처음 열었고, 1985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피시인 노트북 컴퓨터를 출시했다. 승승장구하던 도시바가 몰락하게 된 계기는 한두 가지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다른 일본 반도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8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정부를 앞세운 미 반도체 기업들의 보복과 견제(미·일 반도체협정)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바의 가장 큰 실책은 2006년 1기 아베 내각이 밀어붙인 ‘원전 르네상스’의 첨병이 되어 미국의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시장 가치는 18억달러 정도로 평가받았는데, 도시바는 경쟁자들을 물리치려고 54억달러라는 무리한 금액을 베팅했다. 원전 산업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고질적인 정경유착이 화근이었다. 도시바는 2011년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3호기와 5호기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를 공급한 회사이기도 하다. 원전 투자로 급격히 나빠진 재무상태를 숨기려다 2248억엔(당시 환율로 약 2조4천억원)의 회계부정까지 저질렀고, 가전과 의료부문에 이어 반도체까지 매각하며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을 기회로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탈환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에 올라타, 도시바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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