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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60년 역사의 바비 인형이 말해주는 것 [유레카]

등록 2023-07-23 15:34수정 2023-07-24 02:37

미국 장난감 회사 마텔의 창업자 루스 핸들러·엘리엇 핸들러 부부는 자녀들을 보며 깨달았다. 아들이 갖고 놀 만한 장난감은 많아도 딸이 갖고 놀 만한 장난감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1950년대 당시 여아들은 주로 아기 인형으로 엄마놀이를 했다. 어느 날 딸이 종이로 된 숙녀 인형에 종이 옷을 입히며 노는 걸 본 핸들러 부부는 무릎을 쳤다. 각종 옷과 장신구를 착용할 수 있는 성인 여성 인형 바비는 1959년 그렇게 태어났다. 바비란 이름은 딸 바버라한테서 따왔다. 2년 뒤 출시된 바비의 남자친구 켄도 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여아들은 바비를 갖고 놀면서 ‘나도 아이 돌보는 것 말고 다른 여러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니게 됐다. 바비가 다양한 직업인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얀 피부와 금발에 8등신 몸매를 강조한 바비는 전형적인 서구의 미인상과 외모지상주의를 심어준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그러자 마텔은 히스패닉,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과 외양의 바비를 내놓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업도 과학자, 운동선수, 의사, 파일럿, 경찰관, 경영인(CEO) 등 남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로 더욱 넓히면서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했다. 최근에는 보청기나 의족을 쓰는 바비, 휠체어 탄 바비, 다운증후군 바비 등도 출시하며 장애인까지 포괄하고 있다.

바비는 대중문화 콘텐츠로도 파생됐다. 덴마크 그룹 아쿠아가 1997년 발표한 ‘바비 걸’은 바비를 소재로 한 유로댄스 곡이다. 상큼·발랄한 멜로디에 “아임 어 바비 걸, 인 더 바비 월드” 하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하지만 성적 코드를 담은 일부 가사는 ‘동심 파괴’ 논란을 일으켰다. 마텔은 격분해 소송까지 걸었으나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아쿠아의 손을 들어줬다. 노래가 크게 히트하자 마텔은 2009년 문제의 가사를 바꿔 바비 광고에 쓰기도 했다.

바비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이어 실사 영화 <바비>로도 제작돼 최근 개봉했다. 떠오르는 여성 감독 그레타 거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바비)와 라이언 고슬링(켄)이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페미니즘과 성평등론을 핑크빛 무드의 블랙코미디에 녹여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래저래 바비는 현실 세계와 꾸준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고 있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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